손자에게 사기당한 80대 노부부

미주중앙

입력

한 노부부가 손자에게 사기를 당해 56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사우전드오크스에 살고 있는 행크(88)·헬렌(87) 카웨키 부부는 최근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 친손자가 몰래 집을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손주와 다섯 명의 증손주를 둔 카웨키 부부는 집도 집이지만 애지중지하며 아꼈던 손자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내 손자가 이러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아내의 말에 남편 역시 "이건 너무나 심하다"고 가족에게 배신당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2년 전 시작됐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부부에게 손자는 그들이 은퇴했기 때문에 돈을 빌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을 그에게 넘기면 그가 대출을 받아 부부에게 매달 쓸 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 몇 달 이후 약속한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행크는 "(집을 양도하는) 문서에 서명은 했지만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다"며 "우린 손자를 믿었고 그게 우리의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손자가 조부모 몰래 집을 팔아 버린 것이다.

노부부는 "손자가 때때로 자신들을 집 밖으로 외출하게 했던 게 기억난다"면서 "그때 구매자에게 집을 보여준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들 부부는 이웃인 에머슨 가족이 알려주기 전까지 자신의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에머슨 가족은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이 노부부의 집이 팔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카웨키 부부는 에머슨 가족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이미 법적으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현재 지역 검찰과 사법당국이 이 건과 관련해 수사 중이다.

한인사회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고령의 부모나 조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이들 모르게 은행 계좌, 부동산, 주식 등의 명의를 자기 이름으로 바꾸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한인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특히 노령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거나 치매에 걸린 부모나 조부모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박영선 유산상속법 전문변호사는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한인사회에서도 치매와 관련된 재산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재산문제는 정신이 있을 때 전문가와 상의해 미리 조치를 해두는 것이 나중에 자신과 자녀는 물론이고 자녀 간의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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