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대화지원 등 논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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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15일부터 동경에서 열리는 일소 외상회담을 앞두고 동경의 관청가에서는 우익단체의 데모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데모대들은 바로 외무성 담장 너머에 출력이 센 확성기를 들이대고 『소련에게 빼앗긴 북방영토를 사수하라』고 외치고 있다. 한 단체가 물러가면 또 다른 단체가 와서 외무성 코밑에 확성기를 들이댄다.
8년만에 열리는 일소 외상회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미소정책이 어떤 형태의 일본 중시정책으로 표현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일본 수상은 4차례나 소련을 방문, 고압적인 소련의 대일 정책에 변화를 모색했으며 73년 「다나까」-「브레즈네프」 회담에서 북방영토 문제를 「미해결의 제 문제」로 인정했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그러나 소련 수상이 일본에 온 일은 없어 일방통행으로 일소 문제가 다루어져온 느낌이다.
현재 소련 공산당 강령은 일본을 미국의 종속국가로 취급하고 있으며 다음달 당 대회에서 채택될 신 강령에서는 미국·유럽과 함께 나란히 「독립된 국가」로 승격시킬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의 대일 자세를 완화시키고 있다.
일소 양국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최대 과제는 4개섬으로 이루어진 북방영토 문제. 일본의 줄기찬 반환요구에 대해 소련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일본을 냉대해 왔던 소련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된 일본의 재력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있으며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을 전면에 내세워 활력 잃은 소련경제를 지탱해줄 만한 것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소련측은 사할린 LNG(액화천연가스) 개발이라는 방대한 프로젝트에 일본을 끌어들이고 가스를 구입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핵융합 기술교류도 바라고있다.
한반도 분단의 직접 책임자인 일소 양국이 이번 외상회담을 통해 남북한 문제도 토의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베」 외상은 「셰바르드나제」 소 외상에게 남북한대화가 촉진되도록 두 나라가 측면 지원한다던가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귀환문제에 인도적인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련의 대북한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는 참에 그런 소련이익을 깨뜨려가며 한국 등이 납득할만한 시원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의 한반도문제 제기가 다분히 일본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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