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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작년신입생 절반이상 점수만 맞춰 지망 심한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85학년도 서울대 신입생의 절반이상이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고교교사와 학부모의 강요나 학력고사점수로 학과를 선택한 것으로 8일 밝혀졌다.
이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전공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 타대학으로 옮겨가거나 심한 경우 정신질환에 걸려 장기입원하는 환자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학력고사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야하는「선시험-후지원」의 현행입시제도 때문에 빚어진 부작용으로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위해「선지원-후시험」으로 대입제도를 개선하거나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주는 대학본고사 부활이 바람직한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학생생활연구소(소장 이장호교수) 에 따르면 85학년도 신입생 5천2백72명가운데 52·9%인 2천7백91명이 적성이나 흥미와 관계없이 학력고사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했다는 것.
특히 2·9%(1백54명)의 신입생들은 부모나 고교당국의 강요로 전혀 원하지 않거나 마지못해 택한 학과에 들어갔고 농대·수의대·가정대·의대(간호) 등에 이같은 학생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별표>
농대의 경우 17·8%의 학생만이 고3이전부터 바라던 학과에 들어갔고 나머지 82·2%가 전혀 원하지 않았는데도 점수에만 맞추거나 부모·교사의 권유로 할 수 없이 입학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추세는 현행「선시험-후지원」제도시행후 계속 늘어나 농대의 경우 적성이나 흥미와 관계없이 학과를 지망한 입학생은 83학년도 69·5%, 84학년도 74·2%, 85학년도 82· 2%였다.
◇정신질환=서울대 사회대A학과 김모양 (24) 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분열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다.
대학입시 개혁 첫해인 81년 학력고사에서 3백점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둔 김양은 부모와 출신고교의 권유로 합격선이 비교적 낮은 서울대 사회대의 학과를 지망해 합격했었다.
그러나 김양은 전공학과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성적도 평점 C정도로 부진, 동료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했으며 가족등 주변에서 김양에게 거는 기대는 컸으나 누구에게 호소할 곳도 없었다.
결국 김양은 깊은 소외감과 고민을 견디다 못해 4학년1학기때인 84년봄 정신분열증세를 일으켜 동급생들이 모두 졸업한 지금까지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다.
◇전학=현재 Y대 경제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최모군(22) 은 이미 2년동안 서울대를 다닌 경력이 있다.
최군은『일단 서울대에 입학하고보자』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점수에 맞춰 서울대 사회대의 합격선이 가장 낮은 학과룰 지망, 합격했다.
경제학과 지망의 최군은 서울대에 학적을 걸어둔채 입시학원을 다니는 2중생활로 1년 재수를 했으나 서울대 경제학과 진학에 실패했다.
또다시 1년동안 입시준비를 한 최군은 결국 서울대를 단념, 자신의 성적에 맞는 Y대 경제학과를 지망해 합격했다.
◇대책=이장호교수는『현행입시제도에서 이같은 현상은 완전히 해소될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일부고교나 학부모의 명문집착 또는 간판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수험생들의 허영심이 학과보다 대학을 앞세운 결과로 보여진다』며 학과선택에 학생의사를 크게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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