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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 안팎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고민들 많겠다』
『안에 있는 네가 힘들겠지…』
『「일반학생」들과 관계는 어때?』
『원래 우리들 사이에 문제는 없던 거 아냐?』
7일 하오5시 서울지검 북부지청 공안검사방에서 집시법 위반혐의로 실형을 살고있는 경희대 신모군(23과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6명의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성문 좀 쓰고 나올 생각은 없니?』
『생각해봤는데 만기 출소할 생각이야. 사실 너희들 나가고 고민이 많았어. 부모님압력도 있었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학생들의 요청을 담당검사가 받아들여 이루어진 면담.
교도소에 갇혀있는 학생이 오히려 집행유예로 풀려난 학생들보다 담담한 표정이었다.
『너희들끼리 자주 만나니?』
『실업자들끼리 위로하며 살고 있어]
『책들도 많이 읽고?』
『너만큼이야 읽을수 있겠니.』
지난해 6월부터 차례로 구속됐던 학생들은 근 넉달만에 얼굴을 대했지만 담담하게 말을 나눴다.
『사실 내가 속은 더 편할지도 모를 거야. 너희들은 전향(일동웃음)도 생각해야하고, 병역문제도 코앞에 닥쳐있고』
『건강은 어때.』
대화는 비록 알맹이 없이 겉도는 인상이었지만 신군이 풀려나온 학생들을 걱정하고 있는 것만은 확연했다.
누가 갇혀있고, 누가 풀려나와 있는지 옥창의 안과 밖이 뒤바뀐 느낌조차 없지않았다.
5분간의 면담을 마치고 신군은 교도소로, 집행유예 학생들은 근처의 소주집을 향해 각각 헤어졌다.
음산한 하늘에서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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