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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괴담에 정가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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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여의도 정가에 '몰카 괴담(怪談)'이 퍼지고 있다.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尹彰烈.49.구속)씨가 을지로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해 두고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는 장면 및 대화 내용을 녹화해 뒀다는 게 떠도는 괴담의 큰 줄거리다.

여기에 최근 검찰이 녹화 테이프를 극적으로 확보했으며, 조만간 테이프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줄소환에 나설 거라는 얘기가 뒤를 잇고 있다.

종이에 적힌 뇌물 리스트와 달리 녹화 테이프는 꼼짝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이에 더해 국회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누구 누구가 찍혔고 무슨 얘기를 했다더라"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18일 "鄭대표도 尹씨의 몰카에 두번 찍혔다고 들었다"며 몰카의 존재 사실을 뒷받침했다. 이 측근은 "하지만 단순히 악수하는 정도일 뿐이고, 어떤 청탁을 받은 뒤 다른 데로 연락하거나 하는 장면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탁 사실은 강력 부인했다.

鄭대표의 또 다른 측근은 "동아일보가 尹씨에게서 거액을 받았다고 보도한 여야 5명의 인사 중 한사람도 몰카에 찍혔다는 소문을 얼핏 들었지만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주류 의원의 한 보좌관도 "어느 어느 의원이 카메라에 자주 찍혔고, 사적으로 나눈 깊숙한 얘기까지 녹음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의원회관 여기저기에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동아일보에 굿모닝시티에서 거액을 받았다고 보도됐던 김원기(金元基)고문은 19일 동아일보 발행인.편집국장.정치부장과 해당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10억원의 민사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 이해찬(李海瓚)의원도 금명간 고소장을 내기로 했고, 신계륜(申溪輪)의원은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요구키로 했다.

한나라당도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미 지난 16일 김문수(金文洙)의원이 비밀리에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를 방문, 5시간 동안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金의원 측은 "협의회가 회사에서 쓰던 컴퓨터 본체 28대를 확보해 두는 등 상당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며 "몰카와 관련한 물증을 찾아내는 데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최병렬(崔秉烈)대표도 "내가 직접 협의회 사무실에 찾아가 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홍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정대철 대표에게 전달된 후원금을 돌려받기 위해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를 방문한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 조양상 회장(中) 등 회원들이 이평수 민주당 수석부대변인(左)과 면담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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