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홍보 지나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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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정연휴기간만큼 시청자들이 TV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흔치 않다. 더구나 올해는 4일(토요일), 5일 (일요일) 까지 연휴가 계속돼 많은 시청자들이 좀더 새롭고 알찬 프로그램을 기대하면서 채널을 돌렸을 것이다.
올해 TV신정특집프로는 예년에 비해 시간땜질용 외화가 줄어들고 자체 제작프로가 늘었다고 하지만 수준낮은 방화와 외화, 인기 연예인들의 얼굴이나 한번씩 보고마는 쇼 및 게임놀이 등의 오락프로와 서커스·마술방영 등 전체적으로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86아시안게임에 대한 지나친 홍보를 들 수 있다.
MBC-TV는 연 사흘동안 탤런트들을 동원, 새해인사를 시키면서 중간에 꼭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포근하고 정감있어야 할 새해인사가 딱딱한 캠페인성 프로가 되고 말았다. 2일 아침에는 어린이 대상프로 『아시아는 한가족』에까지 아시안게임을 강조했다.
KBS-TV도 마찬가지로 『출발86, 하나로 세계로 미래로』라는 대형기획프로를 진행하면서 군데군데 아시안게임을 강조했다.
가족대상 퀴즈프로인 『새해알뜰퀴즈』에서도 이를 주제로 한 문제를 냈고 1일밤에는 외화도 스포츠영화인 『불처럼 달리는 사나이』를 방영했다.
아홉달 앞으로 닥친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나 우리곁에 산적한 문제들은 다루지 않고 아시안게임만 강조한 것은 자칫 시청자들의 관심을 어느 한 방향으로만 이끌고 갈 소지가 있었다.
한편 MBC의 특집극『겨울소나무』와 KBS의 4부작 연작드라머 『행복을 찾습니다』는 잔잔한 감동과 흐뭇한 웃음을 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드라머였다.
『겨울소나무』는 자칫 윤리강좌로 흐르기 쉬운 효라는 덕목을 사회문제로까지 접근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그려 나갔다. 사랑을 주제로 한 연작드라머 『행복을…』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야기를 소재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점은 좋았으나, 일부 연기자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한 게 흠이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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