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공익법인, 설립규제보다 관리가 더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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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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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대표변호사

최근 국회에는 공익법인에 대한 상반된 개정안이 각각 제출됐다. 하나는 공익법인에 내국법인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 적용되는 상속·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현행 5%, 성실공익법인 10%)를 높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전자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늘리자, 후자는 공익법인이 대기업의 계열사 편법지배나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므로 아예 혜택을 주지 말자는 의견이다.

국내 공익법인 수는 2010년 2만9132개에서 계속 늘어나 2014년 말 기준으로 2만9732개에 달한다. 이들 공익법인이 투명하게 제대로 운용되는지를 보기 위해 법과 규정들도 여럿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만도 공익법인의 투명성 확보수단으로 외부 전문가의 세무확인, 전용계좌 개설·사용의무, 결산서류 등의 공시의무, 장부의 작성·비치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과연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나.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3만여 개에 달하는 공익법인들이 세법규정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담당 직원이 국세청 내 두 명뿐이다. 그것도 단 한 명이었다가 지난해 늘어난 것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법 외 다른 측면에서의 관리 감독 실태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역할에 대한 정치적 시각의 차이를 떠나 공익법인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운영 실상 파악과 그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는 운영 실태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갖지 못하고 있으니 진짜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개편해야 옳은지에 대한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공익법인은 규제 측면에서 설립 요건과 세제혜택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수원교차로 사건(200억원대의 재산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가 225억원대의 세금 폭탄을 맞은 사업가의 사연) 등은 공익법인 설립과 세제혜택의 요건만을 까다롭게 만들어 온 기형적 규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법과 제도를 잘 만들어도 관리 감독이 제대로 안되면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 관리만 제대로 되어도 대기업의 계열사 편법 지배 등의 비판은 상대적으로 줄고, 운영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3만여 개에 이르는 공익법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공익법인에 대한 통합 회계기준을 정립하고, 외부 전문가의 세무확인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결산서류 같은 공시의무나 장부의 작성·비치의무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이러한 관리 측면의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공익법인 개선안은 공허할 뿐이다.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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