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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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생각하면 민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어눌한 문체, 치밀치 못한 엉성한 논리의 글로 이 자리에 얼굴을 내민다는 사실 등등이 얼굴을 뜨겁게 한다. 그러나 이왕지사 새로운 마음다짐으로 이 일을 맞아들여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대학 언저리를 맴돌며 한국근대문학을 공부해 봤다. 그러면서 때로는 우리 근대문학의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았다는 어불성설의 가당치 않은 착각에 사로 잡혀 황홀해 하기도 하였다. 그 황홀감은 그러나 현재와 단절된 과거에 폐쇄된 것이었기에 허망한 것이었다. 그 허망함을 깨우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국근대문학과 오늘날의, 그리고 앞으로의 한국문학은 서로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것들은 모두가 서로 서로를 비추어 앞길을 열어주어야만 하는 관계에 놓여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별개의 것으로 구분되어 각각의 고유한 영역속으로 폐쇄되어서는 안되며 언제나 상호개방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야만 한다.
나의 비평활동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약력>
▲59년 경남진주생 ▲서울대인문대국문과·동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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