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보복의 릴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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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때 유혈테러가 잇달아 세모를 맞는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지난 27일 로마와 빈의 국제공항에서 팔레스타인 과격파의 소행으로 보이는 수류탄·기관총 난사사건이 일어나 양민16명이 사망하고 1백20명이 부상했나.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보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과거의 예로 보아 이스라엘의 또 한 차례의 테러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이같은 테러의 악순환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못되며 오히려 무고한 양민의 피해만 증대시켜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올 후반에는 테러가 더욱 심했다.
지난 7월의 TWA기 납치사건을 포함하여 이탈리아 여객선, 이집트 항공기 등의 대형납치사건이 일어나 다수의 인명피해를 냈다.
70년 이후 전세계에서 2만2천여건의 테러가 발생하여 4만명이 사망하고 2만5천명이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4건 이상이 일어나 8명 이상이 사망한 셈이다.
양민을 상대로 무차별 자행되는 테러 살상행위는 그 원인과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전 세계가 함께 규탄·응징해야할 반인류적 범죄행위다.
최근의 테러는 주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하여 팔레스타인측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70년대 중반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PLO 테러가 다시 빈번해 지고 더욱 과격해진 배경은 PLO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부정적 태도와 무관치 않다.
팔레스타인인의 테러는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탄압에 반발하여 PLO가 조직된후 6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하여 제3차 중동전쟁이 아랍의 패배로 끝난 70낸대 초반까지 절정을 이루며 계속됐다.
그러나 PLO가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정치기구로 국제적인 승인을 받아「아라파트」가 유엔에 초청되고 제4차 중동전쟁이후 석유무기화로 아랍세력의 국제적 지위가 강화됨에 따라 PLO라는 기구 자체에 의한 테러는 거의 없어졌다.
다만 PLO내의 강경파그룹이 단독으로 간헐적인 테러를 계속했지만 그나마 70년대 말에는 별로 없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가 다시 본격화한 것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과 레바논에서의 PLO축출, 그리고 이에 대한 , 미국의 지원이 시작된 이후다.
그것은 시기적으로는 미국에「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선 8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 후의 테러는 자살특공방식등 전례없이 과격해졌고 그것이 직접 미국의 공관이나 부대, 그리고 항공기를 표적으로 하고있음을 특징으로 한다.
중동의 테러가 근본적으로 치유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아랍인의 기질이나 종교의식의 변화, 그리고 현재의 정치구조 개선이 쉽게 이루어질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팔레스타인 정책의 개선과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행위억제를 통해 얼마든지 진정시켜 줄여 나갈 수는 있다.
팔레스타인 테러는 과격한 보복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은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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