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용맹스런 장수를 지휘관에 쓰지 않았던 징기스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7호 1 면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THAAD(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 결정에 온 나라가 벌집쑤셔놓은 형국입니다. 꼬리를 무는 온갖 괴담들,주민들의 반대 집회와 농성,외교안보 라인의 손발 안맞는 아마추어리즘과 전략 부재까지.어쩌면 광우병 파동때와 그리도 닮았는지요.? 더 눈쌀이 찌푸려지는 건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표를 몰아달라고 해 당선된 TK의원들(거의 새누리당)이 사드 배치에 지역 여론이 뒤숭숭해지자 인센티브를 내놓으라며 무려 21명이 연명으로 성명서를 냈습니다. 이중엔 이 정부의 내각이나 청와대의 고위직에 발탁돼 호가호위하던 인사들도 적잖게 눈에 띄더군요. 딴 사람이면 몰라도 이건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닙니까.필요할 땐 취하고 자신에게 불리해지면 앗 뜨거라 싶어 재빨리 방화막부터 치고 보자는 얄팍한 심산 아닌가요. 정부나 대통령을 편들고자 해서가 아닙니다. 유권자의 표를 받아 당선된 선출직이라면 처신에 더 신중해야 하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지도자 아닌가요.?? 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문재인(더민주)·안철수(국민의당) 전 대표의 행동은 무책임을 넘어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얼마전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돌아온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과정이 졸속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말이죠.안 전 대표는 한술 더떠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합니다.?? '재검토'와 '국민투표'는 표현만 달리 했을뿐 사실상 사드 배치 반대를 의미합니다. 드러내놓고 반대한다고 했을 때의 정치적 부담과 이것이 몰고올 파장을 계산해서 일부러 모호한 표현을 쓴데 지나지 않습니다. 사드 배치가 국익을 위해 정말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확신한다면 모호한 말로 연막을 치고 장막 뒤에 숨을게 아니라 떳떳하게 반대한다고 얘기하는게 지도자다운 행동 아닐까요. 반대하는 명확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차라리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서서 국민들을 설득하는게 책임있는 지도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재검토'는 포퓰리즘입니다. 지지층은 결집시키고 정부엔 흡집을 입히면서 자신은 책임에서 쏙 빠져나올 수 있는 기막힌 선동술입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고 당황한 정부가 우왕좌왕하니 재검토 주장이 기막힌' 신의 한수'였다고 쾌재를 부를지도 모릅니다.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오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반사이익에 반비례해 지도자답지 못한 처신에 대해 실망하는 다수의 침묵하는 군중도 늘고 있다는 것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국민투표' 주장은 황당합니다. 굳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직접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또 국민투표에 부쳐야할 게 있고 그래선 안되는게 있습니다. 국가의 안위에 관한 것이나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외교문제를 인기투표로 정하겠다는 발상은 정치 지도자가 떠안아야할 리스크를 헤징해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도 견해가 엇갈리는,그래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요하는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건 아무리 그것이 '민주적 절차'라고 강변한다 해도 민주주의를 가장한 책임 회피일뿐 입니다. ??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분들은 사드는 미국의 MD체제 편입을 의미하며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우리가 끌려간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지렛대 역할을 해줘야 할 중국을 자극해 경제 보복과 같은 부메랑을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큰 것 같습니다.사실 이 지점에 우리의 고민이 있지요. 매우 현실적이고 애국적인 차원의 고민이지만,이에 못지않게 사드 도입 백지화가 가져올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는게 딜레마입니다. 대북 방위력의 근간을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한미동맹의 균열이나 파기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검토나 국민투표라는 인기투표식 해법으로 사드 문제를 다룰 수 없는 이유죠.?? 두 야당의 지도자가 진정으로 사드 배치가 국익에 반한다고 판단했다면,그래서 반드시 백지화를 관철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 군중의 무리속에 숨지말고 정치 생명을 걸고 반대운동에 앞장서는 용기를 보여야 합니다. 다만 한손엔 사드 반대를,다른 한 손엔 사드 백지화가 가져올지도 모를 후폭풍,다시말해 한미동맹의 균열이 불러올 위기를 수습할 복안과 해법을 들고 말이죠.??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이뤘던 징기스칸은 오랜 행군에도 지치지 않고 용맹스러운 장수는 절대 지휘관으로 쓰지 않는게 철칙이었다고 합니다. 담대하고 용맹한 장수야말로 야전 사령관으로 적합할텐데 왜 그랬을까요? 이런 장수들은 병사들도 자신과 같이 오랜 행군에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일 것이라고 착각해 병사들을 세심히 돌보지 않고 무리한 공격을 강행해 결국엔 궤멸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용인술이 있었기에 기병부대인 몽골군이 아시아 대륙을 넘어 유럽까지 중단없는 전진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놀라운 통찰력 아닙니까.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볼줄 아는 통찰력,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야말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는걸 절감케하는 대목입니다.


?? 이번주 중앙SUNDAY는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했던 첨단 무기 전쟁이 미래의 전쟁이 아니라 이미 현재화 돼버렸다는 걸 실증 분석하는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면서 전투로봇을 실전 시험한데 이어 미래형 스텔스 전차를 개발해 무인화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킬러 로봇을 투입해 논란을 샀던 미국은 다양한 무인 스텔스 무기를 개발해 이미 활용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중국도 원격제어 무인 전차를 개발,시험에 들어갔지요. 변화하는 현대전- 우리군의 대응 체계는 어디쯤 와있는지도 점검해봤습니다.? 중앙SUNDAY 칼럼니스트인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가 '메이 총리시대의 영국,어디로 가나'라는 내용으로 르포 기사를 보내왔습니다. 전직 대사가 영국의 심장부 런던에서 보고 듣고 느낀 걸 토대로 메이 총리 시대를 전망하는,좀 이색적인 기사입니다. 또 올해로 68주년이 되는 제헌절(17일)을 맞아 개헌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김종인 더 민주당 대표를 만나 그가 꿈꾸는 개헌 구상을 들어봤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