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美, 새 회담 기회살려 해법 찾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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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사용후 핵연료봉 8천개의 재처리 완료 통보에 따라 고조되던 북핵 위기상황이 일단 진정국면으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는 것은 다행스럽다.

중국이 북.미 양측의 거중조정에 나서 양측의 체면을 살리는 선(先)3자회담-후(後)5자회담 형식을 제의했고, 북.미 양측이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당사자들, 특히 북.미 양측은 이 협상틀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북.미는 물론 관련 당사국들은 중국이 물리적 충돌의 위험성까지 예견된 위기국면의 타개를 위해 한.미.일과 사전 조율을 한 후 대북 특사 외교를 벌여 이런 협상틀을 만들어낸 건설적 역할을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북.미는 곧 3자회담에 임하는 성의를 보여 중국의 노력에 보답해야 한다. 쌍방이 새로 조건을 달거나 협박을 해 또 미적대도 좋을 상황이 결단코 아니기 때문이다.

회담의 재개 이후가 사실은 더 문제다. 북.미 양측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서로 제시, 진지하게 협상해야 한다. 특히 북한은 속전속결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으로 선회, 그야말로 '대범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사변적' 자세로 전환해야 북한이 바라는 체제 안전과 경제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한층 유리하게 조성될 것이다. 구태의연한 벼랑끝 전술과 협박전략은 더 이상 효험도 없고, 체제안보에 역효과만 야기할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이 최근 수개월간 급박하게 움직이는 미국의 대응전략을 주의깊게 분석해 보면 그것을 금세 알 것이다.

미국도 북한을 바깥세상으로 끌어내는 유인책을 준비하는 것이 대국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미국이 지나친 경직성을 보여 북한을 한층 폐쇄적으로 몰면 북핵문제의 장기화는 물론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방인 중국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미국도 역설적으로 대결을 강화해야 할 궁지에 빠질 것이다. 북.미 양측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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