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의 지바제 준비내용과 쟁점|정당참여 축소등 논란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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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여당은 △86년1월 시안작성 △4월 공청회 △7월 정부안 확정 △87년 상반기 부분실시라는 스케줄에 따라 지방자치제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전두환대통령이 금년1월의 국정연설에서『과거의 경험을 통해 드러났던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이 재연되지 않고 본래의 취지가 잘살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검토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바 처럼 지난 3월부터 추진돼온 지자제준비작업의 기저에는「반성적 시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행정마비·주민간 대립격화등 과거의 실패당을 회고하면 정부―여당의 이같은 사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있는 여당의 지자제 시안이 민주원리·주민자치실현·참여기회 확대 등의 명분에는 다소 미흡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여 지방자치제의 확대를 요구하는 야권과의 마찰이 벌써부터 예견되고 있다.
여당측 시안윤곽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정당참여축소 또는 배제, 권한축소와 시범실시대상지역의 충북한정 등을 전체로 하고있다.
정부―여당이 정당배제 족으로 기우는 주요 이유는 현재와 같은 정치여건아래서 정치의 과열상이 그대로 지방에 확산돼 지방 자체의 문제를 논의할 여지가 없어진다는데 있다.
지방의회권한을 축소하는 이유로는 △행정의 능률·신속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강력한 행정추진이 곤란하며 △의회의 횡포시 행정마비의 우려가 있으며 △집행기관의 의회예속화로 임무수행이 어렵다는 것.
따라서 지방의회의 권한을 현재 국회의 수준으로 동결시키거나 일부 불합리한 부분만 조정하자는게 정부―여당의 구상이다.
행정감사권한 대신 일정사안에 대한 조사권만 인정하는 조사권 제도 이런 바탕에서 나오고 있는데 조사권으로 할 경우 행정의 능률을 기하면서도 공정성 확보와 감사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원정수를 과거의 대의회제도(다수주의) 에서 후퇴시킨것도 마찬가지로 지나친 다수는 비능률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주민의 참정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극소수」는 피하여 도의경우 하위단체인 시·군의수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수주의는 소선거구와 결부돼 의원의 질저하, 의사처리 지연, 주민감정대립, 운영비의 증가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는 판단아래 국회의원선거구를 단위로 한 지방의원선출은 피한다는 생각이다.
의회 회기를 30일씩 줄인다는 발상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과거 사실상 회기의무제한·상설화로 행정처리지연 등이 빈발했다는 지적에 따라 회기초과시는 상급관청의 폐회명령·사전승인제를 도입토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전결권을 부여하는 것은 긴급재해복구나 의장 등이 화의소집을 기피할 경우를 상정한 것이며 불신임권과 의회해산권을 도입하지 말자는 견해가 다수인 것은 52∼56년 사이 1천1백66명의 시·읍·면장이 불신임으로 사직하는가 하면 경북 월성군 어떤 면의 경우 1년4개월여 동안 3명의 면장이 경질되는 등의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같은 지자제골격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게 거의 확실하다.
우선 87년 상반기의 시범실시대상지역에서 서울등 대도시가 제외된 것은「재정자립도 감안」이란 헌법규정에 어긋난다는 반론에 부닥칠게 뻔하다.
헌법부칙10조는『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구성하되 그 구성시기는 법률로 정한다.』고 함으로써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부터 지방의회를 구성토록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는 서울 (98.5%)·부산·인천등 대도시인데 정부―여당은 이들 대도시의 지자제실시를 뒤로 미루자는 생각인 것이다.
민정당 지자제연구특위의 안영화의원 등은 지자제는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말아야 하고 △자립도등 여건이 조성됐는가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한다며 서울은 그 규모·성격 등에 미루어 전역실시와 같은 의미를 갖는 모험성이 있으므로 곤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여당에서는 대도시가 지방재정 자립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대상지역, 즉 모델케이스가 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밝히면서 재정자립도 문제는 지방재정확충으로 해결될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주장의 설득력에는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또 정당참여를 배제한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야당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게 될게 틀림없다.
야당측은 지방의회를 부실한 지방조직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생각하는 만큼 이런 발상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정당 없는 지방의회는 한마디로 지방유지모임 밖에 안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김철수교수 (서울대)같은이도『오늘날 지방자치에서 정당 없는 의회란 생각조차 어려운 일』이라며『지방의회에서 정당을 배제하는 반정당적 사고는 청산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야당측은 전면적인 지방자치제의 조기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의 이같은 지구제구상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입법과정에서 큰 논란을 빚을 것같다.
특히 87년 지방의원선거가 실시된다면「88 정권교체」를 앞두고 세력 가늠의 전초전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여야공방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여야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공방의 단계에서 맴돌면87년의 일부실시조차 어려울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현재의 정국대립양상에 비춰 볼때 87년 일단 실시되더라도 확대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리라는 전망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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