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중국해 기존 입장 유지…판결에는 "유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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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정부가 13일 “판결에 유의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그 동안 주요 국제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돼야 하며, 남중국해 분쟁이 관련 합의와 비군사화 공약, 그리고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12일 발표된 중재재판 판결에 유의하면서 이를 계기로 남중국해 분쟁이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노력을 통해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항행의 자유 보장 등은 정부가 남중국해와 관련해 기존부터 유지해오던 입장이다. 이에 더해 판결에 대한 의견을 추가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공식 입장을 내기까지 외교부와 청와대 등은 고심을 거듭했다. 판결은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6시에 나왔는데, 정부 입장은 이로부터 16시간 30분 뒤인 13일 오전 10시30분 발표됐다. 외교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여는 등 13일 이른 새벽까지 관련 논의를 했다고 한다. 판결문이 복잡하고 양이 방대하기도 했지만,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 입장 표명까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판결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지 여부, 어떤 표현을 쓸 지 여부,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할 지 여부 등을 두고 막판까지 고민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판결에 유의한다(take note)”라는 표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판결을 ‘존중한다’ 혹은 ‘평가한다’고 할 경우 중국이 진 판결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판결이 미·중 간 대립구도에서 갖는 함의가 크긴 하지만, 우리는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남중국해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어느 한 쪽이 압박을 가하거나, 지금 논의 체제에서 튀어나가서 갈등을 더 심각하게 하는 것도 우리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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