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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클립] 남프랑스 자연을 닮은, 나무 의자와 라벤더가 있는 풍경 '프로방스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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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 테이블보를 씌운 나무 식탁, 그릇과 소품을 장식한 나무 장식장이 있는 전형적인 프로방스풍 인테리어. [사진 남프랑스 관광청]

고흐와 세잔, 카뮈와 그르니에가 머물렀던 남프랑스의 프로방스는 ‘색채의 고장’이다. 고흐가 아를에 머물던 시절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창백한 유황빛으로 반짝이며,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푸른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룬다.

프로방스의 집에는 이 아름다운 색깔과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묻어난다. 파스텔 컬러로 돌벽을 칠하고 나무로 만든 창문을 달고 대문이나 창틀엔 화분을 놓아 장식한다. 인위적인 장식보다는 일상의 소박한 멋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프로방스 컨트리 스타일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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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르셀의 여름’에는 마르셀의 가족이 휴가를 보내는 별장이 나온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남프랑스 인테리어가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이브 로베로 감독의 영화 ‘마르셀의 여름’은 프로방스 시골 마을에서 펼쳐지는 소년 마르셀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다. 교사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재단사 어머니를 둔 마르셀은 붉은색 점토 타일과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집에서 화목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자수가 수 놓인 베개나 꽃무늬 벽지로 포인트를 준 방,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나무 창문이 있는 이 집은 따스하고 아늑해 보인다. 마르셀의 가족과 이모부 내외가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은 별장은 남프랑스 가정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표면이 거칠게 드러난 외벽에는 빛바랜 파스텔 톤 나무 창문이 달려 있고, 가족들은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하늘색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집 앞 올리브 나무 아래서 법랑 그릇에 담긴 요리를 나눠 먹는다. 집안에는 나무로 만든 벽에 걸린 술장, 밀짚모자, 앤티크 촛대와 낡은 랜턴이 곳곳에 배치돼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멋을 풍긴다.

#조향사 최서연(42)씨는 디자이너 남편과 함께 남프랑스의 가장 큰 항구도시 마르세이유에서 1년간 거주했다. 서울로 돌아와선 도심에 있는 아파트를 구할 생각이었지만, 남프랑스에서 살던 집을 잊지 못해 동탄에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2층짜리 집에 세모꼴 형태의 다락방이 붙어 있는 이 집은 황토색에 가까운 베이지색을 칠한 외벽부터 독특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벽의 코너나 천장 모서리마다 나무 지지대를 덧대서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식탁·침대·서랍장 중에는 알려진 브랜드 제품이 하나도 없다. 고재 가구를 다루는 중고 상인을 통해 최씨가 직접 구입해서 색을 칠해 이 집에 어울리는 가구로 변신시켰다. 침대가 있는 다락방 한쪽에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을 떠올리며 천장에 작은 창문을 냈다. 침대 맞은편에는 벽난로를 설치했다. 최씨는 “마르세이유에서 살던 집과 완전히 똑같을 순 없지만 그때의 아늑하고 편안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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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에선 창밖이나 집 앞에 화분을 놓아 집을 꾸미는 게 일반적이다.

예술가들을 매혹시킨 자연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열광하는 꽃무늬 가득한 파스텔 톤 동화 같은 집이요? 그런 집은 남프랑스에는 없어요.” 프로방스 컨트리 스타일의 정의에 대해서 묻자 『프로방스의 집』 저자이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권은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권 대표는 프로방스에 숨겨진 보석 같은 작은 도시들을 여행하며 현지인들의 집과 식당과 골목길을 관찰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프로방스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남프랑스 현지의 진짜 가정집은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권 대표는 “뜨거운 태양빛을 닮은 노란색 벽, 식탁 위에서 향을 내뿜는 들판의 라벤더 한 다발이 프로방스 인테리어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반 고흐와 폴 세잔 같은 세기의 예술가들을 매혹시켰던 프로방스에는 아를·엑상프로방스·칸·니스·에즈 같은 소도시가 속해 있다. 이 도시들이 지금처럼 온전히 프랑스에 귀속된 건 17세기 이후의 일이다. 기원전부터 수백 년간 로마인들의 지배를 받았고, 한때 유럽과 다른 대륙을 잇는 거점 도시 역할을 하며 비잔틴 제국의 영향을 받기도 했던 남프랑스는 독자적인 건축 양식과 인테리어 스타일을 발전시키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프로방스 건축물을 전문적으로 설계하는 베른하우스의 이갑주 대표는 “초기에는 주로 상업 공간이나 프로젝트 건물 제안이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가정집 인테리어 문의가 정말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지방에 집을 짓는 노부부부터 내부 인테리어를 아예 프로방스풍으로 해달라는 신혼부부까지 고객층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패브릭·꽃다발로 손쉽게 연출

프로방스 컨트리의 매력은 자연에서 가져온 편안한 색채와 오래된 가구가 어우러지는 가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색채다. 이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집집마다 미묘하고도 섬세한 파스텔 색깔이 팔레트처럼 펼쳐진다. 빛바랜 크림색, 라벤더 꽃과 비슷한 채도의 보라색, 올리브 나무에서 따 온 창백한 녹색, 바다에서 가져온 비현실적인 푸른색이 섞여 있는 팔레트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소재다. 남프랑스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과 원목으로 집을 짓는다. 크기도 모양도 다른 돌을 가져와 벽을 세우고, 벽과 바닥에는 붉은색이 도는 육각형 모양의 테라코타(점토를 구운 것) 타일을 바른다. 남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에서 일하는 정수영 홍보담당자는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남프랑스 분위기가 느껴지게끔 전 세계 모든 매장에 테라코타 타일을 깔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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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색 테라코타 점토 도자기.

새 가구를 사면 일부러 사포질을 해서 낡은 느낌을 연출한다. 오래된 것이 주는 매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마르세이유에 거주하는 여행 칼럼니스트 홍지영(29)씨는 “이 동네 사람들은 새로 구입해서 반짝반짝 윤이 나는 가구나 소품은 촌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앤티크 시장에서 관리가 잘 된 빈티지 제품을 찾아내는 안목이 전문가 수준”이라고 말했다.

청담동에 있는 프랑스 가구 브랜드 ‘무아쏘니에’ 관계자는 “프로방스 스타일을 가장 쉽게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은 패브릭”이라고 조언했다. 꽃이나 풀을 그린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오히려 남프랑스에서는 아무런 문양을 넣지 않고 면이나 리넨, 레이스로 만든 패브릭을 더 많이 쓴다. 빳빳하게 각을 세운 질감보다는 구깃구깃하거나 하늘하늘해서 자연스럽고 꾸미지 않은 분위기를 주는 질감을 선호한다.

꽃이나 식물을 이용해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플로리스트 유지연씨는 “6월이면 프로방스 들판을 가득 채우는 보라색 라벤더, 고흐의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는 노란색 해바라기를 꽃병에 꽂아두기만 해도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조언했다. 허브 다발을 직접 만드는 것도 좋다. 로즈메리나 세이지, 딜 등 여러 향이 나는 허브를 모아 끈으로 묶은 뒤 현관 선반이나 콘솔 위에 올려두면 디퓨저나 향초 없이도 집안에 자연의 향이 스며든다. 남프랑스에 있는 호텔 중엔 향이 좋은 비누를 책상이나 침대맡에 두는 곳도 많다.


서울서 프로방스풍 가구 사려면

『디자이너의 집』을 쓴 정은주 대표는 “프로방스 인테리어를 위해 꼭 고가의 프랑스 가구 브랜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식탁이나 의자, 서랍장을 중고 시장에서 구입해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사포질을 하면 프로방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만의 가구를 완성할 수 있다. 역삼동 ‘무아쏘니에’, 청담동 ‘그랑지’, 논현동 ‘파넬’ 등 프랑스 가구 브랜드에서도 이런 가구를 판다. 테라코타 타일은 구하기 힘들지만 비슷한 색과 모양을 가진 남프랑스 타일은 논현동 ‘윤현상재’에서 판다. 바닥이나 벽 한쪽에 타일 공사를 하면 집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남프랑스풍 촛대나 랜턴, 자수 쿠션 같은 남프랑스의 소품은 도곡동 ‘제이앤데코’, 이태원동 ‘메종드파리’에서 구할 수 있다.

매년 서울과 부산에서 인테리어 트렌드와 리빙 브랜드를 소개하는 ‘홈테이블데코페어’ 전시 담당자는 “전통적인 프로방스 인테리어는 낡고 허름하다는 뜻의 쉐비(Shabby) 스타일이라고 불리지만, 요즘 도심에선 알록달록한 색의 조합은 줄이고 절제된 디자인을 사용해서 세련미를 더한 쉐비 시크(Chic) 스타일이 더 각광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찾은 프로방스 인테리어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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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VENCEKITCHENS  나무 자재가 드러난 천장과 하늘색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전형적인 프로방스 스타일의 부엌.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자주 쓰는 냄비나 팬을 식탁 천장 위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쓰는 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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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ORIODAMADEIRA  현관 앞이나 비어있는 자투리 공간에 빛바랜 수납장을 두고 소품을 놓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프로방스풍 연출이 가능하다. 말린 허브 다발을 걸어둬도 되고, 밀짚모자나 우산·장화 같은 소품을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프로방스 분위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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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RKUSHA  여름에도 건조한 프로방스에선 바닥에 물기가 없는 건식 화장실을 선호한다. 문을 여닫아야 하는 수납장보다는 오픈형 선반 수납장을 설치하고 그 안에 허브 화분이나 수건, 책 등을 진열해서 주인의 취향이 드러나게 한다. 프로방스 사람들은 화장실, 현관, 집 앞의 한 뼘 텃밭도 인테리어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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