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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구치소 찾아가 조사|연수원농성학생 수사착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백93명 (추가구속2명포함) 이라는 사법사상 유례없는 무더기 구속으로 인해 검찰은 송치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을 검사실로 부르지 않고 며칠동안 담당검사가 직접 구치소로 찾아가 조사하는등 진기록을세우기도.
검찰관계자들은 2백명가까운 학생들을 검찰로 부르는데는 호송상의 문제도 있고 조사에 어려움도 있어 부득이 구류신문과 기초조사가 진행된 4∼5일동안은 구치소에서 조사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
검찰에서는 기초조사가 끝난후부터는 학생들을 검사실로 불러 조사를 계속하면서 반성문등도 쓰게 했는데 처음 며칠동안은 기자들의 눈도 따돌릴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고 자찬.

<사회적 반응도 살펴>
○…20일간의 검찰조사과정에서 검찰이 안은 가장부담스런 과제는 기소범위결정이었고 과연 몇명을 구속기소해야 하는가를 놓고 큰 진통을 겪었다.
검찰과 경찰은 당초▲방화까지한 중대사건이며▲48시간이내에 방화관련자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관련학생 1백93명(2명은 추가구속) 모두를 구속한 만큼 수사 초기부터 전례없이 큰수사부담을 안고 있었던것.
당초부터 선별기소방침을 굳힌 검찰과 유관기관은 그동안 구속 폭에 따른 효과와 사회적 반향등을 놓고 갖가지 묘안들이 속출하는가운데 고심해왔다.

<끈질긴 대화로 구술>
○…수사검사들은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호송상의 애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경찰에서 송치된후 10여명의 학생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애를 태웠다는 후문.
담당검사들은 이들을 거의 매일 불러 다른 학생들의 진술내용등을 일러주면서 진술을 유도했으나 이중 4∼5명정도는 끝내 진술을 거부했다는 것.
그러나 수사검사들은 끝내 진술을 거부한 학생들도 필경엔 대화를 통해 기소에 필요한 내용은 구술을 받았다며 느긋한 표정들.

<반성문만으론 곤란>
○…기소유예대상 학생에 대한 국가관교육은 정부고위층의 아이디어였다는 후문. 이같은 아이디어는 대상학생들로부터 반성문 1장만받고 내보내는건 곤란하다는 취지에서 나왔다는것.
그러나 교정당국으로서는1백여명을 한곳에 모아놓고 교육하는게 보통일이 아니어서 처음엔 교정책임자도난색을 표명했다는 후문.
당초에는 12일 교육을 시작하면서 이를 매스컴에 홍보하려 했으나 잘못하면 학원안정법의 망령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문공부측에서 난색을 표명, 계획을 철회했다는 것.

<선도교육 성과좋아>
○…지난 12일부터 가담정도가 가벼운 1백12명을의정부교도소로 옮겨 하루4시간씩 국가관교육을 실시한 검찰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학생들이 교육에 순순히 응하자 밝은 분위기..
검찰은 대상학생들이 1백명이 넘는등 숫자가 많아 이들이 교육도중 구호를 외치는등 교육을 거부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전문가들의 강의나 영화감상, 학부모·검사등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이어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
특별선도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번 교육은 18일까지 계속되는데 18일에는 전방견학을 끝으로 이들을 귀가조치시킬 방침이라는것.

<많이 풀면 위신손상>
○…구속자 1백93명에 대한 처리방침은 16일하오3시30분부터 법무부장관·검찰총장이 정부 고위층에 보고를 끝냄으로써 확정됐다는 후문.
이에앞서 관계기관 협의과정에서 일부 기관에서는 대폭 구속기소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민정당측이 구속기소를 더 줄여달라는 의견을 표시했다는것.
결국 구속기소를 81명으로 결정한것은 너무 많이 풀면 정부의 위신에 손상이 가고 또 법원도 집행유예등으로 풀어줄 여지를 주어야 한다는 2중포석이었다는 분석.

<중상입은 김군 석방>
○…기소유예로 석방되는1백12명중에는 농성당시 추락해 전치6주의 중상을 입었던 홍익대 김영중군(20·산업공학2년)도 포함돼 있다.
현재 개인법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군은 국가관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가담정도가 가벼워 석방됐다는 것.
검찰관계자는 김군에대한조사결과 『김군이 농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어내리다 중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고 병원에서도 반성문을 작성한 점등을 참작, 석방키로 했다』 고 설명.

<울음바다 되기도>
○…국가관 교육내용중 학생들의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것은 북한의 실상을 소개하는 안보영화와 한 구속학생 학부모 (현직교사)와의 대화시간.
특히 학부형의 대화는 당초 5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30분쯤되어 장내가 울음바다로 변하는 바람에 대화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있었다는것.
학부형이 『여러분들의 뜻이 있다면 학업을 마친후 필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으므로 부모의 마음을 생각해 우선 학업에 열중하라』 고 말하자 학생들이 울먹이기 시작했고 이를 지켜보던 교도관들까지도 눈시울을 적셨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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