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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산풍속 책 펴낸 오희순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40년간 아기를 받아온 노령의조산원이 한국여성의 출산풍속을 낱낱이 기록, 75회 생일에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강동구방이동 한양3차아파트 2동 1405호에 사는 오희순씨. 책은 『빛과 어둠사이에서』.
오씨가 「골인 지점에서 1등 정자를 맞는 기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들을 받아내기 1946년, 어언 40여년이 됐다.
「한해에 한집에서 두 아이가 태어나면 나쁘다」는 미신 때문에 셋방살이하는 임산부가 마당에다 거적을 깔아 임시 산실을 차리는가 하면 한여름 대낮에 노점의 좌판 아래서 정한수에 칼꽂아 놓고 아기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등의 무지와 가난이 빚어낸 웃지못할 조산일화들을 오씨는 일일이 기록해두었다.
그밖에도 끔씩한 난산끝에 산모와 아기가 다 죽어가는데도 노름에만 미친 남편,18세의 앳된 「씨받이」소녀등 3천5백여명에 이르는 새 생명의 탄생을 도우면서 오씨가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은 지난날 우리사회와 가정의 명암을 새삼 실감케 한다.
『조산원의 잇속으로 말하자면 어머니들이 자꾸 아기를 낳는게 좋지만 저는 반대로 가족계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려는게 이 책을 쓰게된 이유의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딸을 여럿 낳아 아기의첫 울음소리만 듣고도 금세 또 딸임을 알아챈 산모가 태어난 아기를 당장 죽여달라며 울부짖는 가하면, 충격을 받아 벌떡 일어나 앉는 바람에 산후출혈을 일으키는 「비극」도 자주 목격했다고 회상한다. 특히 네 딸을 낳은 산모가 다섯번째 딸쌍동이를 낳자 두꺼운 이불을 덮어씌워 죽여버린 사건이 오씨를 가족계획운동에 적극 앞장서게한 결정적계기가 되었다는것.
그는 또 이 책에서 임산부의 불안과 진통을 덜어주는 정신예방성 무통분만법, 예정일보다 너무 빨리 태어난 미숙아의 가정간호법, 외풍이 센 재래식 온돌방 때문에 감기들기 쉬운 아기를 위해 그가 제주도식 요람을 본떠 새로 고안한 아기침대등도 소개하고 있다.
여기다 아직까지 제대로 정리된바 없는 62년의 국내 조산협회역사까지 스스로 챙겨모아 2백자 원고지 2천장 분량의 책을마무리지었다.
『우리사회에서 날로 잊혀져가는듯한 조산원의 존재가치와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후배조산원들의 긍지를 북돋우고싶은 욕심에 올여름 무더위도 잊고 원고에만 매달렸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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