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서정돈<서울대의대·내과>|심장경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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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으로 피가 통하지않아 그 부분의근육이 파괴되는 심근경색증환자의 병세는어떤 경과를 밟게 되는가.
약25%의환자는 전혀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통증만 느끼게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흔적만 남킨채 지나버려 나중에 우연히 찍어본 심전도 소견에서 자신이 심근경색증을 앓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운이 좋은 편에속하는 사람이다.
반면에상당수의 환자는 병원에까지 오지도 못한채 사망하는 운이 나쁜 쪽에 속하는 사람도 있다.
일단 응급실에 들어온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는 가장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다른환자에 우선해서 진찰을 받고 검사를 받고 중환자실로 옮져진다.
이처럼 신속하게 다른 환자를 제쳐두고 진료를 진행시키는 것은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경우 발병직후 얼마동안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므로 조금의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일단 중환자실로 옮겨지면 심전도를 모니터로 계속 추적하며, 헐압을 수시로 측정하고 경과가 나쁜환자에게는 각종 첨단진단기기를 사용, 진료에 임하게 된다.
그러나 외형으로는 이처럼 떠들썩한것 같지만 실제 치료 내용은 대부분의경우 간단할 수밖에 없다.
통증이 나타나면 진통제를 투여하고 몇가지 알약을 주는 것이 거의 전부이며 꼼짝하지 말고 누워있으라는 것만 반복해 강조한다.
다리를 다친 환자와 비교하여 생각해보자.
다리를 다친 직후에는 통증도 심하고 출혈이 갑자기 시작될수도 있고 균이 들어갈수도 있으므로 다리를 가만히 쉬게 하고 소독을 하고 진통제를 투여한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수술도 하겠지만 우선 상처가 말썽을 부리지 않게 될때까지는 다리를 쓰지 않고가만히 두는것이 중요하다.
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장이 상처를 입었을 때 부정맥이 발생하거나 상처가 더 커질 위험은 상처받은직후가 가장 크다.
그러나 심장의 경우는 다리처럼 가만히 쉬게 할수가 없다.
심장이 쉬면 큰일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장을 아주 쉬게 할수는 없으므로 최소한의 일만 하도록 하여 상처가 낫도록 도와주게 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다.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발병초기에 나타나는 통증만 없어지면 대부분의 경우 전혀 불편한 곳이 없다.
마음같아서는 무슨 일이든 할수 있을것 같은데 의사는 절대안정하라고 하니 답답해서 말다툼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병원에서 목숨을 잃은 환자의 4분의 3이 입원후 4일이내에 사망했다.
아무 증상이 없고 집안 일이나 사업이 급하더라도 이때만은 절대 안정해야 한다는 것을 환자는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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