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율동…한국무용에〃새바람〃「ㄹ무용단」의공연을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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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배정혜가 안무한 ㄹ무용단 두 작품을 호암아트홀에서 보았다.
배정혜의 안무는 우선힘이 있었다.
한국무용에도 저런 힘이 있었구나하는, 정말 든든한 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힘은 안무가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 같아서 더욱 반가왔다.
따분한 춤도 있었고, 지리멸렬한 춤도 있었고, 보고나서 안보니만 못한 춤도 있었다.
21세기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한국무용의 함정, 이른바 취약점은 이런데 있었다.
그런데 다섯마당으로 푼 황희연의『이땅에 들꽃으로 살아』는 그렇지 않았다.
텍스트에 의해 춤이되는 경우는 많은데 이작품은 춤이 완성된후 시인이 시를 쓴 과정도 색다르다.
『이땅에 들꽃으로 살아』네째마당「깨달음」은 우리의 얼(혼)이 중생의 가는길, 그험난한 길목에 비칠 때 여분으로 태어난 삶이 아닌 당당한 삶이란 것을 춤으로 보여 주었다.
황희연의 춤색깔이 진했기 때문에 다소곳함 아닌 열병같은 힘을 느끼게 했다.
다시말해「이땅」·「들꽃」·「살아」의 인성의 마무리도 그래서 가식처럼 들리지 않았다.
3명의 가면인 들이 무대우측에서 등장하는 오은희의「대화」는 잔뜩 뜸들이는 타악기반주나 불협화음의 개입이 대화가 끊긴「오늘」을 실감케 했다.
오은희는 춤의 맛냄에는 약간 부족한 듯 했으나 그러나 사방에서 줄다리기를해 말문을 열려는 고통스러움의 표현은 역시 내게는 힘의 축적으로 다가왔다.
서너명이 무대를 마름질하는 끈의 행방은 끊어지는 곳이 바로 이어지는 시작임을 암시한다.
그런 궁형은 오은희를 묶지않고 옆으로 비켜 세운다.「대화」의 끝부분.
줄서기에서 밑으로 기는 날파리보다 자기의 샘(천)을 지키는 오은희는 의연해 보였다.
김영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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