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한학자 임창순씨 사재털어 세운『지곡서당』한임대에 기증|경기도 천마산기슭에 대지 4천평규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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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로한학자 임창순씨(71)가 평생사업으로 가꿔온 지곡서당을 한림대에 기증했다.
임씨는 지난 79년9월 경기도 남양주군 수동면 지둔리 천마산기슭 4천평에 재래식 서당교육을 위한 지곡서당을 차리고 서울에 있던 태동고전연구소를 이곳에 이전, 본격적인 한학자 양성사업을 펴왔다.
지곡서당에 입학하면 3년간 집을 떠나 스승과 숙식을 같이 하며 사서삼경 정도는 기본적으로 암송, 한문을 체질화해야 했다.
그가 사재를 털어 마련한 이터전은 현재 3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곡서당은 81년 9월이후 한학 연수생을 위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심한 운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연수생들에게 장기간 월10만∼15만원씩의 장학금과 숙식비를 지급하는 일이 쉬운게 아니었다.
임씨는 소장품을 팔고 붓글씨 전시회도 하고 빚도 내가면서 지난해까지 이 서당을 이끌어 왔다.
올해초부터 한림대의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임씨는 항상 태동고전연구소가 독립된 법인체가 되고 지곡서당이 그 터전이돼 한문교육과 고전연구사업이 영속화 되길 입버릇 처럼 소망해왔다.
이사업은 아무래도 국가적인 차원의 사업이 돼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러나 관심과 지원은 찾을수 없었다.
임씨는 지곡서당을 대학에서 운영하는것도 의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한림대에서도 지곡서당의 설립취지에 전적으로 동의, 앞으로 이사업을 목적변경없이 영속화 시키기로 합의했다.
연구소 책임자 도지곡서당 출신이 맡기로 하고 운영위원회도 양쪽에서 동수가 참여키로 하는등 효율적인 운영을 꾀하고 있다.
임씨는 한림대교수로 임용됐고 연구소장도 겸임케됐다.
기본적으로 한글전용을 지지하는 임씨는 그러나『단절 위기에 놓인 한학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유능한 한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입장이고『한학은 상당한 기간동안 집중 수련없이는 깊은 경지에 이를수 없다』고 주장 해왔다.
심오한 한문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재래식 서당교육이 접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63년 낙원아파트에서 셋방을 얻어 한문교육을 실시한 이래 20여년간 국학분야의 사람기르는 일에만 몰두 해왔다.
76년 이래제1기 이광호씨(지곡서당전임교수)를 비롯, 유초하(충북대교수)·지두환(부산대교수)씨등1∼3기에서 모두 10명의 수료생을 배출, 전국의 대학교수로 내보냈다.
지금 지곡서당은 15명의 연수생을 두고 있다.
김탁일 한림대학장은『앞으로 이 연구소의 한학자 양성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고전연구를 위한 장기계획도 수립하겠다』고 말하고『일개대학 부설연구소가 아닌 특수연구기관으로 성장시켜 신축성있게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림대부설 태동고전연구소는 이번에 제8기 한문연수생을 모집하고 있다.
마감은 21일. 문의는(0346)(65)6123지곡서당.<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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