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무역의 서울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무역협상에 대해 비록 그것이 실무자급협의의 수준이지만 때가 때인만큼 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우리는 이번 서울협상이 한미간의 산적한 무역현안과 마찰들을 현명하고 순리적으로, 그리고 양국의 장기적인 이해에 함께 기여하는 방향으로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문제를 순리적으로 풀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문제의 본질과 그것이 문제로 제기된 과정부터 검토돼야 한다. 이번 협상의 주의제인 이른바 보험개방과 지적소유권보호문제는 한미간의 오랜 무역관계사에서 볼때 하나의 부분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적절한 시기를 보아가며 우리의 형편에 맞게 순차적으로 해결하는것이 순리적이다. 왜 이런 여러문제들이 하루아침에 「문제」로 되고, 한꺼번에 해결돼야 하며, 그렇지않으면 다른 일로 보복당해야 하는지 우리들로서는 아무리 애써도 얼른 납득되지 않는다.무역관계는 상대가 있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무역문제의 해결에도 상대가 있는 법이다.
그들이 그들의 필요성과 논리에따라 현안문제들을 한꺼번에 제기했다면 우리는 우리의 필요성과 논리에따라 하나씩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협상은 결코 조급하게 시한을 미리 정해서 졸속에 빠지거나 발목을 잡혀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대표들이나 정부가 간과해서 안될일은 무엇보다 우리의 처지로는 결코 이런 여러 현안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점은 누구보다도 정부가 더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상대에게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그것은 협상기술의 문제이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기본입장이 돼야한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개별현안들은 모두가 대한수입규제보복과 GSP혜택을 뒷손에 감춘 공정하지 못한 문제제기 방식을 춰하고있다. 그렇지만 우리로서는 이런 위협과 강요에 좇아 개방하고 보호하기 보다는 우리가 할수있는 협조의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할것이다. 우리가 할수 있고, 국내적으로도 장기적인 도움이 될 일부터 하나씩 해결해가는 자세가 긴요하다. 이 점에서 보면 보험개방에도 순서가 생길 것이고 지적소유권중에도 보호해줄 부문과 완급을 나눌수 있을 것이다. 보험개방문제는 국내시장의 경쟁화가 미흡한 점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제한적·단계적 개방이 불가피하다. 또하나 우리에게는 보험산업이 외국처럼 단순한 금융서비스시장이 아니라 내자동원과 국가재정에 참여하는 특수기능이 충분히 참작되고 상대설득의 자료가 돼야한다.
지적소유권문제는 특히 공정성에서 문제되는 부문부터 먼저 해결한다는 원칙이 적용돼야한다. 이 점에서는 물질특허쪽보다는 저작권보호쪽이 더 신축성을 가질수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이런 현안협상들은 결코 시한에 쫓겨서 조급하게 타결할 성질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