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남은 일정과 정책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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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산파동으로 굳어진 정국이 의원보좌관 문제로 새 불씨가 되고있는 가운데 경새정국을 풀어야한다는 소리가 여야 모두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한 상태다.
아직은 양측이 서로 상대의 의도를 탐색하고 내부적 분위기조정에 여념하는 단계라 정상화의 전망과 방법을 서둘러 예측할수는 없으나 대화재개의 필요성을 여야가 다함께 인정하고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것은 정기국회의 남은 회기를 정상화시킬수 있을지 여부와 여야가 언제쯤, 어떤 조건과 방법으로 머리를 맞댈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여야합의에 의해 정기국회가 회기 (12월18일) 안에 정상 가동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신민당의 이민우총재는 대화재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민정당의 변칙처리를 목격한 우리가 어떻게 당장 국회에 들어간단 말이냐』고 불참의사를 분명히 했다.
따라서 군인사법·차관동의안·채권발행동의안등 필요한 의안을 한번더 단독처리 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민정당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보다는 파국의 언저리를 헤매고있는 정국전반의 틀을 어떻게 복원하느냐와 여야가 파국의 직접적인 원인이된 헌법연구특위문제를 어떤 각도에서 재접근해 나갈 것인가가 더 큰 관심사다.
이 점에 관해 여야는 판이한 생각을 갖고있으며 그 만큼 협상전망도 불투명하다. 민정당은 헌연특실치안은 예사안 단독통과와 함께 백지화됐으며 이 안이 대화재개의 조건이 될수 없음을 서둘러 선언했다
노태우대표위원은『우리가 헌연특을 제의한것은 헌법문제가 장외투쟁의 수단이 되지않게 하기위해서였는데 신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한 마당에야 국회정상화와 이문제를 결부시킬수 없을것」이라고 밝혔고 민정당안에는『야당이 받지않아 오히려 잘됐다」는 분위기가 번져가는것 같다.
아울러 민정당은 야당 농성때 민정당의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방해한 신민당 의원보좌관들의 수사착수를 새삼 측구하는등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야당을 자극하는 조치도 강행해 새로운 불씨가 되고있다.
반면 신민당은 이런 민정당의 분위기는 간파하지 못한채 헌연특정도는 이미 반쯤 얻어놓은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버티면 얻어낼수있다』는 자신감같은 것을 갖고 있다. 나아가 대화재개의 조건으로는 헌연특보다 오히려 변칙통과에 관련된 민정당 관계자들의 인책과 사과요구를 들고나가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가고있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헌연특이 대화재개의 실마리로 이용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수있다.
그러나 앞으로 여야대화의 질과 양을 가늠하는데는 신민당내부사정과 개헌추진을 위한 장외투쟁의 양상, 김대중 김영삼씨의 관계등이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가 될것이 틀림없다.
신민당의원들은 두 김씨와 지도부를 따라 농성도 하고 개헌을 부르짖지만 내부적으로는 복잡한갈등과 고민을 겪고 있다. 단식농성을 해제하고 카 퍼레이드를 벌이던날 여러명의 의원들이『우리를 인질로 잡고 어뚱한짓 하지말라』고 반발했으며 정기국회를 치르면서 나눠먹기식 인사, 일방적인 지도노선등 계보정치의 병폐를 절감한 의원들이 늘어가고있다.
또 민한당출신 의원들을 비롯한 타당출신의원들은 지구당위원장문제 해결해주지 않는한 지역구중심의 장외투쟁에 협조할수 없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김씨의 장외리더십에 회의를 느끼고 장외투쟁의 본질에 이의를 갖는 여론이 높아가는 것과 두 김씨의 시국관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이번 정기국회의 개헌특위 협상에서 나타나 김대중씨의 전략은 국회가 효율적인 개헌투쟁의 장소가 되지 못하므로 신민당은 재야를 중심으로 개헌투쟁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헌법연구특위는 아무런 뜻이 없으며 개헌은 신민당이 민추의 일원이되어 추진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내비쳤다.
이에반해 김영삼씨는 개헌은 국회중심의 투쟁이 선행되어야 하고 국회는 정상운영되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신민당이 민정당의 헌연특을 받지않은데 아쉬움을 표시했다. 아울러 김영삼씨측은 여전이 조성되면 직접 신민당에 들어갈수도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있다.
두 김씨의 이같은 대치속에서 이민우총재는 주로「욕안먹는」쪽으로 움직여 봤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그 진면목이 드러난 셈이다. 이총재는 김대중씨가 강조하는 재야로부터의 비난을 피하면서 김영삼씨의 국회불포기 원칙에도 충실하는 선택을 했다. 이총재가 헌연특을 반대, 결과적으로 여당의 단독통과 사태가 있은 후 즉각『국회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것이 좋은 예다.
이런 여건속에서 소속의원들의 개헌추진 방법에 관한 견해는 대체로 양분되어 있다. 동교·상도동계의 핵심들은 개헌요구가 곧 민주화투쟁이라는 보스들의 목표를 추종하고 있지만 비주류와 주류의 온건세력들은 극단적 개헌투쟁이 몰고올 파국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온건세력들은 우선 학생데모가 악화일로를 치닫고있는 판에 국회의원이 거리로 나가는것에 국민들이 어느정도 호응하겠느냐를 걱정하고 있으며 의원직을 포기(?) 하는 사태를 원하지 않고있다.
그래서 비주류측은 앞으로 장외투쟁을 실천하는 대목대목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야한다는 주장을하고 있으나 그들에겐 두김씨의 질주를 저지할만한 힘이 없다는것이 당내의 일반적 평가다.
때문에 앞으로 신민당은 공존과 협조를 다짐하면서도 문제가 있을때마다 세력다툼을 하고있는 두김씨간의 마찰과 안존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상당수 소속의원들의 본심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뒤똥거리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국회정상화와 여야관계도 결국 신민당의 이같은 내부사정에 민정당이 어떤 안목과 명분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결정될것으로 보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대화 재개 시기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초께 신민당의 장외투쟁체제가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낸 다음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 <전 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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