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인파에 "엄청나게 동원됐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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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기자 47명과 북적대표단 7명등 54명은 3일하오 명동과 롯데백화점을 1시간동안 둘러봤다.
이들은 버스편으로 하오3시5분쯤 충무로쪽 명동입구에 도착해 제일백화점앞·한일관앞·명동지하상가·롯데1번가·롯데백화점을 차례로 관광.
북한기자들은 인파로 붐비는 명동거리를 지나면서 『서울인구가 1천만이어서 사람이 많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복잡할 줄은 정말 몰랐다』 면서 『이렇게 복잡한데서 어떻게 사느냐』 고 묻기도.
한 기자는 많은 인파를 보고 『엄청나게 동원됐구만. 우리가 구경하러 온게 아니라 구경시켜주러 왔구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기자는『취재를 방해하려고 일부러 동원시킨 것 아니냐』고 엉뚱한 곡해를 하기도.
또다른 기자는 『대낮에 일들을 안하고 왜 이렇게 나와다니느냐』면서 특히 여자가 많은 것에 『놀랐다』고 소감을 피력.
이들은 시민들이 『반갑습니다. 앞으로 또 계속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짤막하게 『반갑다』고 말하고 시민들에게 몇마디 물어보기도 했다.
명동나들이를 끝내고 롯데백화점에 들어선 일행은 엘리베이터로 8층으로 올라가 8층 귀금속센터에서부터 아래층까지 내려오며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주로 사치품과 종업원들의 생활상에 관심을 표시.
한기자는『모피코트 한벌에 3백만원짜리가 있다던데 그런 옷은 누가 사입는가』『나이키신발 한 켤레에 3만원짜리가 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기도.
이들은 백화점에도 인파때문에 길이 막히자 『북쪽에서는 배급제로 물건을 쓰기 때문에 사람이 모일 필요가 없는데 남쪽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일일이 구하러 다녀야하니까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나름대로 해석.
○명동나들이를 끝내고 돌아온 북측 기자들은 2일과는 달리 숙소에서 일체 외부출입을 않고 4일 아침9시까지 방안에서 나오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북한 기자들은 『3일 저녁에는 집체 토론이 있어 나올시간이 없었다』고 설명.
한 북한기자는 『이번 회담이 잘 돼야 86년 김일성 신년사가 더욱 빛날 수 있을텐데 걱정』이라며 내년 신년사까지 염려하기도.
○북측 기자들은 3일에 이어 4일에도 회담이 시작되기 40분전인 상오9시20분부터 프레스센터안에 있는 북한기자실에 나와 우리측 기자들과 3일의 명동·롯데백화점 관광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등 적극적인 자세.
조선중앙통신 박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한 기자는 중앙일보기자를 만나자 『중앙일보에 판문점에 나오는 안희창기자서가 3일 석간에 쓴 국회기사를 잘 읽었다.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상오9시40분쯤에는 조선통신의 한 기자가 기사 작성한 종이를 들고와 북한기자실에 있는 평양직통전화로 송고를 하려 했으나 평양직통전화는 하오1시에 개통되도록 돼있어 통화가 안되자 관계자를 불러 전화를 연결시겨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북한기자들이 기자실에 나타나거나 기사송고를 시도한일은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처음있는 일.
○3일에 이어 4일상오 두번째 열린 본회담은 남북양측이 첫번째 회담에서 내놓은 쌍방안이 잘 마무리되도록 하자는 말을 꺼내 화기애애하게 출발.
이영덕 한적수석대표는 『우리가 하는일이 민족의 평화와 사랑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니 오늘회의는 변론을 위한 변론은 하지 말자』면서 『간밤에 이런 문제를 생각하니 잠이 잘 오지 않더라』고 서두를 꺼냈다.
이종율 북적단장은 『양쪽이 모두 좋은 안을 내놓았으니 오늘은 결론을 짓자』면서『우리가 내려올 때는 눈이 오더니 간밤에는 비까지 내리니 다 오늘 회담이 잘될 징조』라고 응답.
송영대 한적대표는 『양쪽이 이렇게 화기애애하니 오늘은 옥동자를 낳을것 같다』고 하자 북적의 서성철대표는『옥동자보다 귀동자가 더좋으니 귀동자를 낳아보자』고 응답.
이영덕 한적수석대표는 사진기자들이 포즈를 취해달라는 주문을 하자 『내외 언론이 이같은 관심을 보여줘 오히려 회담에 임하는 사람으로서 큰 부담을 느낀다』며 비공개로 회의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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