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대 수임료 챙긴 개인회생 브로커 168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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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해 온 ‘기업형 회생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개인회생은 빚 5억원 이하 채무자들이 채무를 탕감받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것으로 변호사·법무사 자격이 있어야 사건을 맡을 수 있다.

자격증 빌려주고 ‘자릿세’ 받은
변호사 33명 법무사 8명도 기소

서울중앙지검은 2009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변호사 명의를 빌려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하고 건당 80만~15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회생 브로커 168명을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53명은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처리한 사건은 3만4893건으로 총 수임료 규모는 546억원이다.

자격증을 빌려주고 일명 ‘자릿세’를 받아온 변호사 33명과 법무사 8명도 변호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적발된 변호사 중 4명은 판검사 출신이다.

이 수사로 개인회생과 관련한 변호사·브로커·대부업자·광고업자의 공생 관계가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변호사는 명의를 빌려주고 매달 100만~200만원을 받았다. 사건당 20여만원의 ‘관리비’를 따로 받기도 했다. 브로커들은 영업·사건으로 분야를 나눠 일했다. 브로커 10~20명이 팀으로 움직였다. 광고업자는 “개인회생 상담을 해준다”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여기서 얻은 개인정보를 브로커들에게 넘겼다. 대부업자는 브로커 소개로 찾아온 의뢰인들에게 고리로 수임료를 빌려줬다.

대부업자 안모(53·구속 기소)씨는 처조카 사위의 변호사 명의를 빌려 기업형 개인회생팀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9월부터 3년간 브로커 25명을 동원해 122억원을 벌었다. 수임료는 안씨 회사에서 연이율 34.9%의 금리로 대출받도록 유도했다.

고교 동창인 회생 브로커에게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빌려주고 자릿세 명목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 변호사도 있었다. 개인회생 명의 대여로 재판을 받고 있을 때 다시 명의를 대여한 변호사도 여러 명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브로커는 제출 서류를 위조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유정·송승환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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