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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말산어린이공원 확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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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시 북구 읍내동의 말산어린이공원은 단독주택가 한복판에 있다. 공원 가운데는 미끄럼틀과 각종 놀이시설이 결합한 조합놀이대가 있다. 바닥은 고무매트다. 놀이대에서 노는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장자리에는 어른들을 위한 각종 운동기구와 지붕이 있는 쉼터가 보인다. 하지만 고무매트는 낡아 울퉁불퉁하고 쉼터 지붕에는 낙엽이 썩어 온통 시커먼 색을 띠고 있다. 주민들은 “오래된 공원이다 보니 낡고 우중충해 이용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1994년 조성됐다. 면적은 2882㎡다.

두꺼비집 짓는 ‘흙모래 놀이터’
자연체험 공간으로 11월 탈바꿈
2018년까지 공원 48곳 친환경 정비

대구시가 이를 고쳐 새로운 개념의 어린이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친환경 감성 어린이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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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읍내동의 말산어린이공원. 22년 전 만들어져 놀이기구와 쉼터 등 시설이 낡았다. [사진 홍권삼 기자]

우선 놀이대를 걷어내고 그 자리를 모험놀이터로 만든다. 500㎡의 커다란 모래밭에 고목을 옆으로 뉘여 아이들이 그 위를 걸으며 놀 수 있게 한다. 모래는 강원도 주문진에서 가져온다. 바닷모래를 세척해 몸에 묻어도 털면 깨끗하게 떨어진다. 흙모래처럼 먼지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옆에는 잘게 자른 나무인 우드칩을 바닥에 깐 놀이터와 유아놀이터도 만든다. 경사진 곳에는 잔디 미끄럼틀과 아이들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놀 수 있도록 오름벽을 설치한다. 시는 이달 중 주민설명회를 거쳐 다음 달 설계를 한 뒤 9월 착공해 오는 11월 완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개념의 놀이터는 대구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자연에서 놀며 감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한국조경학회 영남지회와 공원녹지포럼을 열었다. 여기에서 대구의 어린이공원들이 시설물 위주이고 특색 없이 꾸며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아이들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은영(유아교육과) 수성대 교수는 “놀이기구 중심인 어린이공원을 자연 상태에서 머리를 맞대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며 “자연을 느끼며 함께 어울려야 창의력이 생기고 사회성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일단 긍정적이다. 어린이들이 자연 상태에서 뛰어놀아야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려하는 점은 위생이다. 모래밭이 길 고양이와 애완견 등의 배설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놀이기구가 적을 경우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주민 김수영(39·여)씨는 “이전엔 미끄럼틀 아래에 모래가 있었지만 위생 문제를 들어 고무매트로 바꿨다. 놀이터의 위생적인 관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은 “여름철 더위에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물놀이를 겸할 수 있는 놀이터로 꾸몄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놨다.

대구시 장정걸 녹지기획팀장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공원 조성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2018년까지 160억원을 들여 주민 삶과 밀접한 어린이공원·소공원·쌈지공원 등 모두 48곳을 친환경 공원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글, 사진=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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