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음주운전 방조 부부 첫 적용

중앙일보

입력

함께 술을 마신 남편의 음주운전을 제지하지 않고 같이 차에 탄 부인에게 경찰이 음주운전 방조죄를 적용했다. 배우자에게도 음주운전 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동갑내기 부부인 서모씨(24)와 김모씨는 지난달 11일 오후 인천시 구월동에서 소주 두 병을 나눠 마셨다. 남편 서씨는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부인 김씨도 남편이 술을 마신 사실을 알았지만 말리지 않고 조수석에 탔다.

서씨는 구월동 인천시청에서 1㎞가량을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 멈춰 선 차량의 좌측 앞부분을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음주측정도 했다. 당시 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82%로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탄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의 영상 등을 토대로 부인도 술을 마신 상태였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김씨도 음주운전 사고를 야기한 간접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는 함께 처벌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사법처리 관행이지만 음주운전이 예상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책임이 크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4월 25일부터 6월 24일까지 시범적으로 음주운전사범 처벌을 강화했다. 경찰은 음주운전을 묵인한 동승자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하겠다고 미리 밝혔다. 이 기간 동안에 김씨 등 음주운전 방조자 76명이 입건됐다. 음주운전자와 방조자의 관계는 친구가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직장 동료(11명), 연인(10명)이 그 다음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방조행위도 음주운전 처벌 기준의 절반에 해당하는 1년6월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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