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납애기 이질구출 무모했다|50여명 사망·28명만 살아남아|납치범5명 눈치채고 수류탄 터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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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발레타AP·로이터·UPI=연합】이집트항공소속 보잉737여객기가 24일상오(이하 한국시간)카이로를 향해 아테네를 떠난직후 그리스의 밀로스섬상공에서 「이집트 혁명단」소속이라고 주장하는 납치범들에 납치된후 지중해상의 섬나라 몰타에 강제착륙, 이집트 3군특공대가 25일 상오4시15분 피랍기를 급습해 인질구출작전을 벌였으나 이 작전과정에서 최소한 50명의 승객이 사망했다. <관계기사 4면>
몰타정부대변인은 특공대 80명의 급습을 눈치챈 납치범들이 수류탄 3개를 폭발시켜 어린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들이 총격전과 화재로 인한 연기에 질식, 사망했으며 5명으로 알려진 납치범도 전원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 작전으로 28명만이 살아남았는데 구출된 탑승자들은 화상과 연기흡입 치료차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이 대변인은 밝혔다.
피랍된 이집트여객기에는 처음 승객·승무원 97명이 타고 있었는데 특공작전이 있기전 6명의 인질이 납치범에 의해 살해되고 12명이 석방돼 작전당시에는 80여명이 기내에 있었다.
피랍기가 서있던 발레타공항의 활주로를 내려다 보고있던 TV취재반은 특공대의 급습에 앞서 4발의 조명탄이 발사됐으며 이어 요란한 폭음이 들렸는데 활주로 주변에는 구급차가 분주히 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피랍기의 한 조종사는 조종실에 있던 손도끼로 납치범 한명을 죽이고 자신의 생명을 건졌으나 2명의 스튜어디스와 3명의 기내 보안관이 사망했다.
승객중에는 그리스인 18명, 필리핀인 21명, 이집트인 14명, 팔레스타인인 11명, 미국인 3명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몰타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번 사건은 여객기 납치사건중 최대의 희생자를 낸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76년 엔테베작전때 이스라엘군 특공대가 철저한 비밀유지와 완벽한 기습작전으로 소수의 희생으로 사건을 종결지은데 비해 이번작전은 사전에 「노출」된데다가 상황판단의 착오로 무고한 승객이 엄청나게 희생된데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무바라크」이집트대통령의 결정이 터무니없이 무모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통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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