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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줄어 전반적인 하향지원예상|대입학력고사 득점분포와 응시경향(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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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6학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20일 끝났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시험성적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고, 어떤 대학에 진학해야 할까 고심하고 있다. 과연 올해 학력고사의 문제수준은 어떠했고 득점분포는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또 대학·학과의 지원경향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일선교사와 입시전문가·수험생의 좌담을 통해 알아본다.

<참석자>
김정남(국어·보성여고 교사) 이기무(영어·창덕여고 교사) 정경진(수학·종로학원 원장) 박노언(사회·경성고 교사) 정대원(물리·중앙고 교사) 정제원(학생·대일고 3년)
▲정경진 원장=올해에는 과목마다 난이도가 많이 달라져 득점분포를 쉽게 말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우선 수험생의 말을 들어보지요.
▲정제원 군=저는 인문계인데 2교시 수학이 의외로 쉽게나와 한때 3백점 이상 고득점자가 크게 늘 것이란 말이 문과 수험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어요. 점심시간 후 영어가 상당히 까다로워 고전했고 제가 선택한 독어는 비교적 쉬운 편이었어요. 그러나 흔히들 전략과목이라고 말하는 사회가 다소 어려웠습니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작년수준이라고 느꼈는데 같이 시험 본 수험생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김정남 교사=작년에는 3백점 이상 고득점자가 문과 1천1백83명, 이과 1천1백85명 등 모두 2천3백68명이었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과목별로 교사들과 검토한 결과는 지난해보다 1∼2점 쉬워 고득점자가 3백명쯤 늘겠다고 예상되더군요. 특히 자연계 고득점자보다 인문계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정원장=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수학I이 쉬웠으나 영어가 어려워 상쇄되고, 일본어가 어려워졌으며 사회·수학Ⅱ도 어려워져 고득점자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일부에서는 8백명쯤 줄어든다고 까지 하기도해요.
▲김교사=과목별로 난이도를 얘기해 보지요. 국어는 작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어요. 한문은 다소 쉬운 편이었고….
▲정원장=수학I은 많이 쉬웠습니다. 그러나 수학Ⅱ는 오히려 어려웠어요.
▲이기무 교사=영어는 고도의 사고력·논리적 추리까지 요구하는 문제들로 머리 좋은 학생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아 부분적으로 공부해온 학생들은 어렵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요.
▲박노언 교사=국사는 작년보다 생각을 깊이하고 다각적 응용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 까다로운 편이었어요. 사회과목은 작년까지만 해도 절반 가까이가 단편지식을 요구하는 문제였는데 출제경향이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사회-문화나 정치-경제도 쉬운 듯 하지만 함정이 많았습니다. 세계사·국사 등은 1∼2점 낮아진다고 봐요.
▲정대원 교사=물리는 작년보다 많이 쉬웠습니다. 화학이 다소 까다로웠고 생물·지학 등은 작년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정원장=전체적으로 종합하면 이과가 어렵고, 문과가 다소 쉬웠다고 봅니다.
▲김교사=문과 쪽은 2점 정도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여학생도 문과가 유리하겠어요.
▲이교사=문제수준은 전반적으로 차원 높은 문제가 많았다는 평입니다. 암기력보다 이해력·사고력에 중점을 두면 머리 좋고 공부 많이 하는 학생은 큰 영향을 안 받게 됩니다.
▲정원장=출제기술이 많이 향상돼 문제는 잘 냈다는 게 중론입니다. 사지선다형에서 고도의 이해력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정군=내년도 지원경향은 어떻게 나타날 것으로 보십니까. 매스컴에서 커트라인이 크게 높을 것이란 학과는 오히려 미달현상까지 빚곤했는데….
▲박교사=전기대는 모집정원이 준데다 전·후기 분할모집학교가 많아져 입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하향지원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정교사=내년 입시부터는 과목이 줄어드는 데다 신 교과과정에 따라 출제되기 때문에 올해 수험생들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국어·영어·수학의 배점을 크게 높여 주요3과목에 자신 있는 고득점자는 재수도 염두에 두고 소신지원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교사=논술고사가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릅니다. 서울대의 경우 기본점수 없이 20점이므로 학력고사 성적은 좋으나 논리적 사고에 약한 학생은 한 단계 낮춰 지원하는 경향도 예상됩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는 남학생보다 아무래도 논리적인 면에서 뒤떨어지므로 여자대학 선호도가 높아질 수도 있어요.
▲이교사=서울대는 몰라도 다른 대학은 기본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으로 보아 논술고사에서 차이를 크게 두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여학생의 여자대학 기피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고, 남녀공학으로 몰리고 있으나 내년에는 가급적 남녀공학보다 여대를 택하도록 학교에서 조절할 계획입니다.
▲정원장=솔직히 말해 지원추세나 경향은 학원 등 입시전문기관과 보도기관에서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입시전문기관에서 무슨 과가 5점쫌 높겠다고 예상해 이것이 보도되면 수험생이 기피하는 바람에 5점쯤 오히려 낮아져요. 결국 지원경향은 예상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얘기지요.
▲박교사=논술고사는 어떤 방식으로 환산해 입시전문기관에서 대학별 배치기준표를 작성하게 됩니까.
▲정원장=아직 구체적인 것은 밝힐 수 없지만 논술고사가 배치기준에 크게 영향은 안 주리라고 봅니다.
▲정교사=내년에는 중위권 대학 이하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입시지도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중-상위권 대학과 중위권 대학의 학력 차가 점점 없어지는 것과 같이 일부 대학의 지방분교 커트라인이 크게 높아졌어요.
▲김교사=학력고사 성적이 전체적으로 올라가면 상향지원자가 많고, 떨어지면 안정위주의 하향지원이 많았던 것이 몇 년간의 추세였습니다. 서울대는 작년정도 성적이면 가능할 것 같고 하향지원추세로는 안 봅니다. 중-상위권 대학은 작년보다 조금 높여야 되지 않을까요.
▲박교사=2백50점 전후의 중위권 대학 합격선이 높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정원장=작년 까진 상위권 대학 중 소위「비었다」고 할 정도로 학생들이 안 간 곳이 있었지만 과연 올해도 그런 기피현상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가기 싫어서 그런 것은 분명히 아닌데 그런 현상이 있었어요.
▲정교사=최근 학생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학교보다 학과 선호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극히 바람직한 현상으로 내년에도 학과 선호도를 중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교사=지방대학생의 상경은 해마다 줄고있는데 올해도 경제적 사정 때문에 특히 지방 잔류자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농업과목이 작년보다 어려워져 농촌학생의 도시진출도 조금은 힘들 것입니다.
▲정군=학력고사 준비 때문에 논술고사공부는 전혀 못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앞이 캄캄합니다.
▲김교사=어느 학교나 거의 마찬가집니다. 공부 잘해도 자기 이론을 전개해 결론까지 맺지 못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더군요.
▲이교사=저희 학교도 논술고사는 아직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교사들도 첫해라서 그런지「이런 식으로 지도하면 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저 다른 학교 눈치만 보며 암중모색하는 중이지요.
▲박교사=제발 금년에는 논술고사에서 큰 차이를 두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바람입니다. 첫해부터 논술고사의 차이가 커 학력고사성적이 많이 뒤집히면 내년입시에 큰 혼란이옵니다.
▲정군=학력고사 출제경향이 바뀌어 공부하는 방향도 앞으로는 다소 수정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내년도 입시에 대비해 지도교사나 학생들에게 하실 말씀은 없으십니까.
▲김교사=국어는 교과서 밖이라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은 반드시 읽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이교사=대화체 영어는 그 동안 크게 관심 갖고 가르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생활영어를 익히고 본문전체를 완전히 이해한 후 나아가 추리·응용하는 원칙적인 공부를 해야할 것입니다. 부분적·임기응변적으로 공부해선 안 되겠어요.
▲정원장=수학의 사지선다형은 윈칙적으로 찬성할 수 없지만 내년에는 수학Ⅱ가 25점으로 배점이 늘었으니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정군=발표 날까지 12월30일로 예정되어 있고 며칠 앞당긴다고 하는데 가급적 빨리 해야 자기성적을 정확히 알고 대학선택에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정교사=그렇습니다. 청소년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므로 일찍 성적을 발표할수록 좋지요. 가능하면 앞당겨 교사들이 진학지도에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해주는 게 바람직합니다.

<정리=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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