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무역협정, 대기업 이익증진·노동자 보호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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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이 1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 기조를 반영한 정책 초안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정책 초안에서 “지난 30여년간 미국은 당초 선전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는 너무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며 “무역협정은 대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반면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기준·환경·공공보건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의 원칙을 반영하기 위해 수년 전 협상된 무역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나 재협상을 내세운 것보다 표현 수위가 낮지만 민주당 역시 대선에서 표를 의식해 FTA에 대한 불만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은 특히 불공정 무역국을 ‘중국과 다른 나라들’로 명시한 뒤 ‘덤핑, 보조금 지급, 환율 조작, 미국 기업 부당 대우’의 4대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제시해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민주당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불리하게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악용하고 있다”며 “싼 물건을 우리 시장에 덤핑하고 국영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미국 기업을 차별해 우리 중산층이 그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책임을 물리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일본·대만·독일을 중국과 함께 환율조작 여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던 만큼 민주당 정책 초안의 ‘다른 나라들’에는 한국도 포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재검토 대상에 올릴 FTA가 뭔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한·미 FTA도 정책 초안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많은 민주당원이 TPP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며 “모든 민주당원은 어떤 무역협정도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명시했다.

민주당은 북한에 대해서는 “가학적인 독재자가 통치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라며 “수 차례의 핵 실험을 했고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에 핵 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인권 실태와 핵 개발 등을 강경 비판했다. 대신 전통적 동맹 관계를 강조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호주·일본·뉴질랜드·필리핀·한국·태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책 초안에서 트럼프를 35차례나 거론해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은 이달 말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확정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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