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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을 자원으로… 환경·에너지 문제 동시에 해결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 마을 주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악취였다. 하수종말처리장과 가축분뇨처리장이 뿜어내는 냄새에 마음 놓고 살 수가 없어 홍천에서도 가장 낙후된 마을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변화가 시작됐다. 환경부와 강원도, 홍천군, SK E&S가 국내 최초의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하면서다. 환경이 좋아지자 인구는 57가구 119명에서 70가구 139명으로 늘었다. 올해 5월 귀촌한 김수예(63)씨는 “상하수도·도시가스 시설이 도시 못지 않게 잘 갖춰진데다 꽃길 만들기, 나무 심기 같은 사업이 이어진다고 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제2의 새마을' 홍천 소매곡리 친환경에너지타운

가축분뇨 처리해 도시가스 공급
쓰레기장 부지엔 태양광 발전 시설
악취 마을이 에너지 자립 마을로
주민 이득 연간 2억원 성공 사례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은 지구온난화 문제와 한국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혐오·기피시설 주변 거주 농어촌 가구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시작됐다. 하수처리장·쓰레기매립장 시설을 활용해 바이오가스·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전기와 도시가스를 판매해 주민 생활환경 개선에 쓴다. 2014년 초 박근혜 대통령이 이같은 구상을 내놓자 정부는 강원도 홍천, 광주 운정, 충북 진천 3개 지역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은 SK E&S와 강원도시가스가 참여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해외 공무원과 지자체, 기업 관계자 1300여명이 소매곡리를 다녀갔다.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소매곡리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은 창조경제의 취지에 맞는 모범 사례"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과거 새마을운동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로 성공한 것처럼 창조경제도 국민 스스로의 창의 그리고 혁신 마인드를 가지고 시작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매곡리가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거듭나기까지 가장 큰 어려움은 주민 설득이었다. 설명회를 열고 벤치마킹을 위해 주민들과 독일 친환경마을인 윤대 마을을 방문했다. 소매곡리 지진수(41) 이장은 “집집 마다 수돗물이 나오고 도시가스가 들어오는데다 마을 커뮤니티 센터까지 생겨 만족”이라며 “처음엔 반대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모두 ‘잘했다’ ‘수고했다’고 입을 모은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마다 난방비를 감당하지 어려워 마을을 비웠던 주민들이 좋아한다. 김일수 노인회장은 “겨울철에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이웃들이 지난 겨울에는 마을 회관에 모여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과는 크게 세 가지 사업의 결과다. 우선 악취의 근원이었던 가축 분뇨처리장에서 나오는 바이오 가스를 60만㎥의 도시가스로 정제해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겨울철 40만원 수준이던 가구당 난방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연간 총 4200만원 정도 절감된다. 가스를 만들고 남는 고체 찌꺼기를 발효시켜 만든 퇴비ㆍ액비는 인근 농가와 골프장에 판매한다. 52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수처리장 유휴부지에는 SK E&S가 10억원을 지원해 340k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세웠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을 판매하면 연간 5200만원의 수익이 난다. 이같은 시설을 관리 운영하는 일자리까지 감안하면 주민들이 누리는 이득은 연간 2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을 모델을 전국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전북 음성, 충남 보령ㆍ서산, 강원 인제, 전북 완주, 제주 등 6곳을 신규 사업지로 지정했다. 소매곡리는 앞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예정이다.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천년의 숲길’ ‘야생화 단지’ ‘홍천강 사계절 체험 관광지’를 조성한다. 작은 마을의 변신을 소개하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관광지로 가꾸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0일 제 21회 환경의 날 기념행사에서 유정준 SK E&S 사장은 환경부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유 사장은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은 대통령이 제안하고 정부와 민간기업이 힘을 모아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기피시설을 에너지시설로,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꿔 에너지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모델로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해외에도 보급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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