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뜰지기 고영문·최문희 씨 부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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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기자]

치열해지는 경쟁과 노후 보장 없는 미래로 불안한 요즘이다. 고 영문 씨는 농업으로 이런 고민을풀겠다며 3년 전 귀농을 단행했다. 친환경 재배와 직거래로도시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자신이 있었다. ‘지리산’ 을 상품화하고 꾸러미 사업을 추진하려는 당초의계획은 현재 진행 중이다. 부인 최문희 씨도 그런 남편 을 믿고 따른다.

농사 틈틈이 즐거움과 보람을 찾으며 촌사람으 로 살아가는 ‘지리산뜰지기’ 부부를 만났다.

“안 가져가아~. 안 가져간다구.” “그래도 불안하지~.” “CCTV 설치돼 있어서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내 것처럼 한두 포 가져가면 어쩔려구.” 3년치분친환경 비료 500만 원어치를 큰길가에 쌓아둔 일로

고영문 (47)·최문희(45) 씨 부부가 티격태격입씨름 중이다. 약초밭을 다 녀오던 길에 눈에 띈 비료 부대들이 발단이다. 남편은 마땅히 쌓아 둘 공간이 없고 밭 근처이니 가져다가 쓰기도 편한 만큼 서로 뻔히 아는 마을에 둬도 상관없다는의견이고, 아내는‘ 편하게만 생각하 는’ 남편이 못마땅한 눈치다. 주변을의식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 는 모습이 우리 주변 이웃들의 재미있고 다양한 사연들을 담은 텔 레비전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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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집은 마을에, 밭은 산꼭대기에 구하다

2009년 귀농한 부부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오래된 한옥에 산다.

마을에 자리 잡은 한옥은 본래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지만, 온갖 살림살이들이 널브러져있어 한옥의 운치보다는 자연스런 시골살 이를 담고 있다. 본채 양쪽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건물 두 동은창고 로 쓴단다.

“인터넷 카페에서 사귄 지인이 소개해준 집입니다. 최근 구례와 하동 지역에 귀농 인구가늘면서 집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한적하고 조용한 골짜기에 정착할까도 생각했지만 농사를 지어 팔려면 교통이 편리해야 하니까요.”

농산물 직거래를 위해 살림집은 택배 발송이 용이한 곳으로 정했지만 밭만큼은 청정 지역을 고집했다.

친환경 재배와 직거래를 계획하고 귀농한 만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가장 높은 밭이어야 했다. 마땅한땅을 구하기 위해 강원도와 지리산 근처를 돌아보기 를 여러 차례. 결국 청정 지역 지리산 골짜기 구례로마음을 정했다.

2004년 1만여 평 소나무 산을 공매(공공기관이 강제적으로 물건을 처분하여 돈으로 바꾸는 일)했을 때 바로 구입해뒀다.

고씨는 전북 고창 출신으로, 서울에서 15년간광고 일을 해오면 서 언젠가는 귀농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에 지치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면서 맘 놓고 오래도 록 일할 수 있는 농사에 미래를 건 것.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 이 있으니 작목만 잘 선택하면 도시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자신도 있었다.

귀농 수년 전부터 꾸준히 귀농 교육을 받아가며 준비에 들어갔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의 창업농업 교육을 비롯해 농촌진흥청 농산 물유통마케팅과정 등을 수료했고, 버섯종균기능사와기계화영농사 자격증도 따뒀다. 한국농업대학의 도시민농업창업교육을 받으며 약초 지식도 익혔다. 귀농에 앞서 진안숙근초연구소와 국립산림 과학원의 친분있는 박사로부터 작목선택과 구입방법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

2008년 고씨가 홀로 먼저 내려와 농사 기반을 다진 후 이듬해 가족들과 살림을 합쳤다.

서울 출신인 최씨는 남편의 귀농 꿈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날이 그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경기 과천 산 밑 개인 주택에서 살았어요. 남편은 그곳에서도 해마다 주말농장에서 상추며쑥갓 등을 키워다 먹곤 했어요. 평소 등산을 즐기고 야생화에도 관심 많은 것을 보고 언젠가는 고향에가겠구나 싶었죠.”

남편이 한번 맘먹으면 밀고 나가는 성격임을 잘 알기에 최씨는 귀농을 제안했을 때 두말 않고 따랐다.

친환경 재배와 직거래로 정착기대

고씨의 농원은 지리산 해발 800m, 하늘아래 첫 동네인 농평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골짜기 하나가 모두 그의 밭이다. 홈페이지주소 ‘jirisan800’ 도 거기에서 따왔다.

“농약을 치지도 않지만, 근처에 농약이 흘러들어올 만한 곳이 없 으니 청정 먹을거리를 생산하는데는 그만이죠.” 산꼭대기 약초밭은 농평마을까지 차를 타고 간 후 걸어 올라가야한다. 길이 없어 트랙터를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지게를 지거나 부대를 메고 다니는 원시적 방법으로 약초밭을 관리할수밖에 없다.

고씨는 산꼭대기 약초밭에서 귀농 전부터 염두에 뒀던 오미자 6600㎡(2000평)와 복분자를 비롯해 오갈피, 옻나무, 엄나무, 매실, 돌 복숭아, 돌배, 산수유, 잔대, 더덕, 곰취, 산마늘, 엉겅퀴 등을 심어 가꾼다.

이것들은 유기농 인증을 신청해놓은 상태다.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해 천연 농자재만 사용하다 보니 병해충 피해도 잘 입고, 수확량도적지만 어쩔 수 없다. 유기농 실천은 귀농하면서부터 결심 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첫해에 오미자 농사를 망쳤어요. 산꼭대기까지 물을 대지 못해 말라버렸거든요. 올해는 마을 관정 공사 때

물 쓰는 조건으로 물탱크 장소를 제공했으니 앞으로 물 걱정은 없을 겁니다.” 고씨는 지난봄 마을 입구에 있는 밭 990㎡(300)에 쑥부쟁이를 심었다. 주변 사람들은“ 지천으로 널린 게 쑥부쟁이인데 그것을 왜 심느냐”고 의아해했지만 그는 ‘안전하고위생적으로 재배해 고품질 상품을 만들려면 밭을 조성해야 한다’ 는 생각이다. 쑥부쟁이는 부각으로 상품화할계획.

“농산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가공이 필수예요. 지금은 산나물과 약초를 생것이나 말려서팔고 있지만 차차 가공 범위를 늘려나가려 합니다. 효소와 장아찌도 담그고, 꽃차나 부각으로도 가공 할 생각이죠.”

현재 고씨는 일곱 농가와 계약 재배한 것들을 모아 일부는 생협에 납품하고대부분은 직거래로 소진하고 있다. 직거래 시에는 때깔 나 게 포장해 그가 귀농 전에 상표 등록한 ‘지리산자연밥상 산춘추’ 라는 브랜드로 내보내고 있다.

“직거래를 활성화하려면 지리산을 상품화하고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브랜드에서도 그런점을 강조했고요. 인터넷 판매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은 더더욱 중요하고요.” 웹상에서 ‘지리산뜰지기’ 로 활동하는 고씨는 이미 쇼핑몰(http://jirisanshop.com)과 홈페이지를 구축해두었고,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있다. 앞으로 소셜미디어(의견·생각·경험·관점 등을 서로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 툴과 플랫폼)가 마케팅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소셜공방’을 조직해 농민들에게 블로그 구축과 활용법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 공부방 겸 사랑방으로활용하고 꾸러미 사업도 추진하기 위해 구례장터에 사무실도 마련해두었다. 올가을에는 피아골에 가공공장을세울 것이라는 고씨. 품목과 규모가 늘어나고 저장성도 높아지면 현재의 여름 한철 장사에서 연중 수익기반으로 전환되리라는 기대가 가득하다.

지리산에서 찾은 즐거움

귀농 3년째. 부부는 시골살이를 즐길 만큼 여유로워졌다. 농사짓고 살림하는 틈틈이 주위의 귀농인들과 문화인들과도 교류하고, 취미생활도 맘껏 즐긴다. 귀농한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지리산 학교’ 에서 고씨는 목공예와 사진을, 최씨는 퀼트와 도자기, 사진을 배우고 있다. 최씨는 산나물과 약초 가공에 필요한 요리 솜씨와 지식을 터득하기 위해 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는 요리 강습도 받고있다.

최근 들어 고씨가 농사일도 제쳐두고 집중해 온 일은 지리산 둘레길 코스 개발. 사단법인‘숲길’ 의 조사 팀원으로 하동-구례 간 코스 개발에 참여한 것.

“처음엔 구례에 정착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다는 분위기였죠. 그러나 구례 사람 못지않게, 오히려 그들보다 지역의 지리와 역사, 문화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여기고는 팀원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요즘은 뜸하지만 서울에서 즐기던 마라톤도 그의 시골살이에 활기를 더해준다. 그에 따르면 굽이굽이산길을 너끈히 오르내릴 수 있는 체력도 마라톤의 저력이다. 마라톤은10년 전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했는데, 그동안 풀코스 완주 횟수만도 23회에 달하고 국내 유수의 마라톤 대회에서 받은 마라톤 메달만도 상자가 몇이나 된다.

“심심할 틈이 없어요. 약초밭의 풀도 뽑아야 하고, 꾸러미사업 준 비도 해야 하고, 가공공장도 세워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지만 고씨의 얼굴엔 여유가 배어난다. 지리산청정 자락에서 노후 걱정을 덜어내고 시작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덕분 이리라. 그런 남편을 지켜보는아내도 덩달아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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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문 씨가 재배하는 안전먹을거

위 고씨가 채취한 산나물들을 부대에 담고 있다. 지리산 해발 800m 산꼭대기에서 재배하는 곰취(1), 오미자(2), 더덕(4), 엄나무 (6), 산마늘(7), 옻나무(8).산나물들은 연한 새순을 따서 무치거나 볶거나, 쌈으로 즐기면 고유의 향이 입안 가득 맴돈다. 명이나물 이라고도 불리는 산마늘과 산중에 흔한 곰취는 장아찌로 담가 먹으면 특유의 맛이 기가 막히다. 마을 입구 밭에서 키우는 늙은 호박(3)과 쑥부쟁이(5). 쑥부쟁이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구례 지역 사람들에겐 친근한 나물이다. 데쳐서 말리면 두고두 고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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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사 전원생활 김성숙 기자 / 사진고승범(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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