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상환은 「하이테크」산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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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병철 삼성회장은 11월12일자 일본이코너미스트지와의 회견에서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제일 큰 과제는 외채상환이지만 수출과 하이테크산업으로의 전진으로 이의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수준에 이를때 까지는 결코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속적인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코너미스트지와의 문답내용을 요약한다.
-최근 서울서 열린 IBRD·IMF총회에서 한국경제의 힘이 높이 평가 되었는데….
▲진짜 실력을 말하라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중진국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니까 자본을 축적하고 기술을 높여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단시간내에 선진국 대열에 든다는 것은 무리다.
-대만· 싱가포르등과 같은 다른 NICS (신흥공업국)와 비교했을때 자기평가는.
▲대만과 한국의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대만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펴왔으나 이제 한계에 달한 것 같다. 제철이나 자동차를 할 대기업이 없고 투자마인드도 약하다.
한국에서는 대만의 GNP가 높으니까 흉내내자는 소리도 있으나 나는 반대다.
-최근 한국이 취한 금융정책의 성과는.
▲금융정책만으로 경기를 좌우할 수는 없다. 지금의 한국과 같이 외채가 많고 생산성이 낮은 물건을 생산하면서 한편으로 금리를 내린다해도 경제는 안정되지 않는다. 경제성이 있는, 낭비하지 않는 생산, 그리고 국내외에서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면 경제는 안정된다.
-은행에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데.
▲시중은행의 경영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중근동에 진출한 건설업체에 대준 대출금의 국내환류가 감소하고 있다.
-한국의 은행현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은행경영이 능숙하지 못하다. 확실한 비즈니스 원칙에 따라 돈을 빌려줬으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은 부실채권이 없다.
-경기회복 전망은.
▲이보다 더 나빠질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갑자기 더 좋아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등 한미무역마찰이 눈에 띄는데.
▲그렇게 큰 마찰은 아니지 않은가 보고 있다. 지금은 매우 큰 것처럼 얘기를 하고있지만···.
-왜 한미마찰 얘기가 나왔다고 보는지.
▲한국의 외교·로비활동이 좋지 않은데도 큰 원인이 있다. 3년전 워싱턴에 갔을 때 보니 로비전문회사가 8백개가 되었다. 그것을 전부 일본과 대만이 이용하고 있었다.
-외채문제의 해결방법은?
▲제일 큰 문제다. 그러나 국민전체의 자세여하에 따라서는 극복가능하다. 현재의 외채상환계획에는 별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본다.
지금단계에서 우리나라경제가 국내자금에만 의존하면 성장의 템포가 떨어져 축소균형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외자도입은 계속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의 협력을 구하고 싶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국내저축을 증대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다.
-국민전체의 자세여하란 무슨 뜻인지.
▲수출이다. 외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 채산성이 낮은 섬유나 시멘트보다 하이테크(첨단기술)분야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위해 자금과 기술이 필요하다. 늘 어려웠지만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다.
-하이테크에의 전환은 잘 되고 있는가.
▲그렇다고 얘기할 수 없다. 철강이나 자동차등은 괜찮으나 반도체는 지금부터다.
-기술이전문제는 어떤가.
▲우리의 경우 여러제품을 만들었지만 기술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64KD램과 256KD램뿐이었다. 그 외의 것은 전부 타국에서 기술이 들어왔다.
일본회사는 기술을 내놓는 곳도 있고 안 내놓는 곳도 있지만 길게 보고 큰 결단을 내린 곳은 많지 않았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일본과의 거리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우리가 시작하기 전에는 10년의 차이가 있었으나 지금은 1년까지 좁혀졌다고 본다.
그러나 일본경제가 전체적으로 한국에 추격 받고 있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이다.
-내수진흥이 필요하지 않은가.
▲개인소비는 기초가 돼 있으면 괜찮으나 생산기초도 없는데 그것을 늘리면 인플레를 유발한다.
-자동차산업의 전망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유망한 수출품이 될 것이다. 포철은 늦게 시작했고 규모도 작았으나 세계에서 가장 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아이아코카」 클라이슬러 회장도 한국에서 여러 가지를 조사해 보고 지금부터의 자동차산업은 한국이 제일이다 해서 삼성과 제휴했다. 지금은 부품만이지만 결국 완성차까지 하고싶다.
-일본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인가. 몇 년 정도 걸린다고 보는가.
▲아직은 좀 이르다.
-한국이 1인당 소득 2천달러가 되었는데 감개무량하지 않은가.
▲GNP(1인당)가 2만달러로 올라선 다음이라야 감개무량하다고 느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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