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경유차 부담금 물려 친환경차 지원”…실효성은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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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미세먼지 대책으로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를 내놓았다. 이 제도의 골자는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차량 구입 때 부담금을 물려, 이 돈으로 친환경차 소유자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미세먼지 배출 차에서 재원 마련
저탄소차 협력금제 3년 전 도입
차업계 반발로 두 번 시행 미뤄져

더민주 한정애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경유차 구매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해 이를 미세먼지 저발생 차량 구매 지원에 쓰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살 때 적용하는 개별소비세 감면 대상도 1999년 12월 31일 이전 차량에서 2006년식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선 성공, 한국에서 실효성은



프랑스는 2007년 말 ‘보너스 말뤼스(Bonus-Malus)’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전기차로 바꾸면 1만6300유로(약 2000만원)를 지원하는 제도다. 미세먼지가 아닌 탄소배출량이 기준일 뿐 재원 구조는 더민주안과 거의 같다.

시행 전 프랑스의 경유차 비율(70%)은 유럽 평균(54%)을 크게 웃돌았지만 현재는 저탄소차 소비가 46.3% 늘었고 탄소배출량도 연간 24만t 이상 줄었다.

하지만 더민주의 안이 국내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유사한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적이 있지만 아직 시행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차에 매긴 부담금을 소형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으로 주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다. 이런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2013년 3월 국회를 통과했다. 2013년 말 시행 예정이었으나 2015년 1월로, 다시 2020년 이후로 재차 연기된 상황이다. 국내외 업계의 반발 때문이다.

카이스트 김상협 초빙교수는 “이 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대형차를 주로 수출하는 미국의 통상 압력,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업계의 속성 때문”이라며 “결국 자동차 업계의 논리가 우선되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새 제도 도입보다는 배출 기준 강화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경유가 인상 논란 재현



더민주는 이날 경유 가격 인상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한 의원은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 등 3대 에너지의 상대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00대 90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격을 손보지 않고는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다. 늘어난 세수는 친환경 차량 교체 사업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의 저항이다. 당장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들이 비난했던 정부 대책을 재탕하는 것을 보니 당혹스럽다”면서 “경유 가격 인상은 돈 없는 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며 이미 경유가는 휘발유 대비 84~85% 선으로 90% 인상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미세먼지 발생량이 다른 승용차와 대형트럭을 구분해야 한다. 일률적 인상은 ‘원인 제공자 부담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더민주는 "한 의원이 언급한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 가격 ‘100대 90’은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더민주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유택시 보급 정책을 폐기하고, 일·주·월 단위의 교통시설 자유이용권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냈다. 미세먼지 경보 때는 천연가스 발전시설을 우선 가동하고 장기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도 주장했다.

삼겹살과 고등어 요리 과정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관련해선 ‘대형 직화구이 음식점에 대한 시설 지원안’을 내놨다. 정책위 관계자는 “마이너한 부분이지만 생활 미세먼지 저감 차원에서 대책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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