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승리보다 값진 교훈|팀웍과 기량의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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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축구는 3일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32년간의 숙원이었던 윌드컵 본선진출의 꿈이 성취되는 장거가 서울의 가을하늘 아래서 펼쳐졌다.
그 환호는 바로 승리의 환호요, 기쁨의 함성이었다. 그것온 잠실올림픽스타디움에 모인 8만관중에게서만 터져나온 함성만은 아니었다. 가정에서,거리에서 중계방송을 듣고 보았던 전국의 국민들이 일순 합창하듯 터뜨린 소리였다.
이미 지난달 26일 적지인 동경에서 1차전을 승리로 이끈 우리팀이 조국의 하늘아래서 승리를 마무리 지은 장면은 더욱 감격적이다. 월드컵 본선진출의 성취가 특히 감격적이었던 것은 예선 마지막경기의 상대가 일본팀이었다는 점도 있었읕 것이다.
비록 이것은 스포츠경기지만 기묘한 민족감정이 깔려있어서 승리의 환호는 더욱 컸던것 같다.
그러나 흔히 우리가 감격하게 되는 것은 그간 수없이 겪어온 좌절과 실망들을 깨끗이 청산할수 있는 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월드컵에 진출할수 있을만한 기량과 힘을 갖추고 있었으면서도 불운의 장난이랄까, 마지막 순간에 좌초하곤했던 우리팀의 전력은 온 국민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주었었다. 그같은 심리적 억압이 지금 여지없이 깨어지고만 것이다.
사실 패자는 말이 없게 마련이다. 패자가 재기하는 길온 각고의 연마와 소리없는 기량축적밖엔 없다. 우리 축구팀의 승리가 값진 것은 그 동안 그런 자기단련의 노력을 부단히 계속해 온 결과라고 할 것이다.
우리 축구팀은 그 점에서 국민들에게도 큰 정신적교훈을 주었다. 온갖 고초와 시련에도 굴복하지않고 다시 일어나 힘차게 싸울 때 나라의 발전과 영광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다.
그들은 결코 승리를 훔치지 않았으며 고난의 극복속에 승리를 맞았던 것이 아닌가.
지난 1년동안 그들은 가족과 헤어져 엄격한 규칙아래 합숙훈련으로 실력을 쌓고 팀웍을 다졌다.
그런 노력에서 선수들은 체력과 기술을 기르며 고도의 팀웍을 이룰 수 있었다.
축구는 그 어느 경기보다도 팀웍과 개인기의 조화가 요구되는 스포츠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혼자서 승리를 만들수는 없다. 자기특성과 협조정신으로 그야말로 「작품」을 만들어 낼 때에만 경기의 걸작도 기대할 수 있다.
인고와 시련을 극복하고 인화와 협동의 팀웍을 이룰 수 있었던 우리 측구팀이 민족의 숙원을 이루고 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진출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런만큼 이제 월드컵 본선진출만이 지상목표인 때는 지났다. 기술연마와 선진기술도입으로 적어도 16강엔 올라야 할 것이다.
그런 정신으로 계속 정진만 한다면 우리가 멕시코에서 FIFA컵을 쟁취하지 말란 법도 없다. 더 나아가 좌절과 절망을 모르는 국민들의 진취적 기혼이 우리 사회발전과 국민통합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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