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학력고사 배점에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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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문교부가 87학년도이후 대학입학 학력고사과목및 배점을 조정하면서 국어보다 영어에 더많은 점수를 배점하고 국민윤리를 4지선다형필답고사 필수과목으로 하며 내신반영률을 크게 상향조정한것등은 고교교육정상화나 대학입학적격자 선발은 물론 학생들의 입시부담경감원칙에도 맞지않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일선교육계와 학생·학부모들에 따르면▲국어I(한문I포함)을 영어의 60점보다 적은 55점으로 한것은 유례가 없는 일일뿐아니라 대학에서의 수학능력 및 활동에 비추어서도 잘못됐고▲입시과목을 줄여가면서까지 교육목표가 「태도」에 있는 국민윤리를 4지선다형 객관식 필답고사의 필수과목으로 선정함으로써 국민윤리교육을 형식화하게 됐으며▲현실적으로 지역차나 학교차가 두드러지게 존재하고 있는데도 내신반영률을 40%이상으로 조정, 일선학교의 교육과정 편법운영을 조장하고 학생들의 부담만 크게 했다는 것이다.
◇국어배정=이희승박사(국어학자)는 『국어는 인격형성등 교육의 가장 기본과목인데 외국어를 국어보다 많이 배점한 것은 상식이하』라고 주장했다.
이박사는 어른들의 이같은 잘못된 생각때문에 젊은세대들이 점점 내나라 내민족을 가볍게 생각하게 되는것이라고 말하고 유명인사들조차 표기법을 제대로 모르는 판에 가장 우려했던게 현실로 나타났다고 개탄했다.
영문학자 강봉식교수(고려대)도 『대학입시에서 영어란 기초실력, 두뇌훈련정도를 측정하는 것일뿐인데도 영어가 국어보다 많은 배점을 차지한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문교부 관계자는『고교 교과과정상 영어수업시간이 국어보다 많아 시간수에 비례해 배점을 많이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영어배점이 국어보다 많아진 것은 대입학력고사 사상 처음있는 일로 85학년도까지는 50점씩 똑같다가 86학년도에는 국어 50점, 영어 40점으로 국어가 오히려 10점이 많게 되어있었다.
◇국민윤리=서울대사대 K교수(교육학)는 국민윤리 성적을 점수로 수량화해서 평가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민윤리는 기본적으로 태도·품성을 중시하는 과목이므로 4지선다형에 의해 필기성적으로 환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윤리를 자칫 암기나 하는 과목으로 파행운영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신반영률=과목축소 대신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반영률을 높인 것은 현장실정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란 주장이다. 서울강남의 한 교사는 지역차·학교차가 심해 현행30%의 반영률도 부작용이 있는데 평준화가 불가능한 싯점에서 4O%로 상향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고려대의 K교수는 내신상향조정은 대학의 선발권 행사영역을 축소시킬뿐 같은학교학생끼리 경쟁하는 현행 내신제도로서는 학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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