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대평가된 한국경제 실상알려|노총리의 방미성과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워싱턴=박보균 특파원>노신영 국무총리의 워싱턴 일정에 대해 미의회와 행정부주변에서는 미국의 대한 수입개방과 보호주의 압력에 대한 한국정부의 불만과 저항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평했다.
한 소식통은 『한국정부 고위당국자가 개방압력과 보호주의에 대한 부당성과 무리함을 강력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면서 한미무역마찰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노총리의 워싱턴일정은 미통상법301조의 2차 조사발동, 앨범덤핑판정, 영화개방요구등 최근 일련의 대한개방압력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한국의 실상전달에 초점이 맞쳐졌다.
행정부의 301조 타기트로, 의회의 보호무역주의 입법대상으로 한국이 십자포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노총리의 미의회및 행정부 순방은 상호이해의 폭을 넓힐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수 있다.
노총리의 접근방식은 『양국경제관계는 그 자체로만 따로 떼어 취급해서는 안되고 전체 양국관계의 맥락속에 다뤄져야할것』에서 출발하고있다.
특히 40년간의 양국 교역규모와 관련, 한국쪽이 흑자를 본 것은 82년 이후이며 그 이전에는 계속 미국이 흑자를 보아왔음을 지적하고 외채이자지급·군사장비구입액을 따지면 한국의 미수지는 흑자가 아님을 강조, 관심을 모았다.
이같은 발언은 무역흑자를 이유로 한 미국의 대한수입규제강화는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무역흑자를 내세운 압력은 논거가 박약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입장은 미의회내 보호무역주의 무드를 주장하고있는 「더몬드」상원임시의장, 「돌」 상원공화당 원내총무등과의 회담에서 강력히 표명되었다.
특히 한국을 제2의 일본으로 보고 일본에 대한 것과 같은 압력을 한국에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을 역설, 강력히 반발했다.
노총리는 섬유류 수입규제법안을 상원에 제출한 「더몬드」의원에게 『한국의 대미섬유류수출이 규제당하면 미국으로부터 사들이고 있는 농산물 값과 대부분 미국은행에 지고있는 외채원리금을 어떻게갚느냐느』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총리는 한국의 경제실상을 솔직이 설명, 과대평가된 한국경제의 실체를 전달하는데 주력함으로써 한국의 대외홍보방향이 전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협회와 헤리티지 재단연설에서 「만성적인 무역적자국」, 「4백50억달러의 외채를 안고 있는 불영예스러운 세계4위의 채무국」,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하지만 미숙한 단계 등 경제실상을 솔직하게 설명, 이해를 촉구했다.
이같은 자세에 대해 한국정부는 이제 「경제성장의 모델」이라는 개도국 우등생의 이미지보다 「어려움 많은 신흥공업국」의 이미지를 선택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노총리는 오는12월 방한할 예정인 「하트」상원의원과의 면담에서 『서울에 가면 발전상뿐아니라 뒷골목의 어두운측면도 고루 보고 올바른 인식을 가져달라』고 말한 것은 한국경제의 실체가 너무 과대 포장된것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볼 수 있다.
이와함께 ▲일부 학생과 노동자들의 개방정책에 대한 불만 등 국내정치적 요인을 들었으며 ▲급속한 개방압력은 결국 미국의 이익과도 합치되지 않음을 환기, 산술적 측면에서 문제를 보지 말것을 거듭 요청했다.
노총리의 미정계 연쇄접촉은 그 성과가 쉽게 계산될 성질은 아니지만 양국 무역마찰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
「더몬드」의원이 스스로 밝힌대로 미보호주의 파고가 선거구민의 압력에 의한 것이고 내년 중간선거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반발근거와 앞으로의 개방계획을 밝힌 점은 큰 의미가 있는것 같다.
이와 아울러 최근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양상과 징후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북아 정세전반에 걸쳐 폭넓은 의견교환및 공동대처자세를 확인한 것은 보다 굳건한 외교 협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워싱턴 방문직전 유엔총회 기념연설에서 남북한과 미·소·일·중공등 4강간의 상호관계정상화를 제의했고 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 회담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부시」부통령·「슐츠」국무장관등과 연쇄회담을 가진 것은 주목할만하다.

<워싱턴=박보균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