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전<서울대 사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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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논술고사에서 중시되는것은 감정표현이 아니라 논리적사고의 전개방식이다.
논리란 논증을 진행시키는 이치를 말한다. 따라서 「무엇을」보다 「어떻게」라는 형식면이 더 강조된다.
또 「사고」는 우리가 막연히 말하는 「생각」과는 개념이 다르다. 『밖에 비가 오고 있네. 개가 한 마리 서성거리고 있구나』와 같이 머리속을 주마등처럼 스치고 없어지는 상념들은 사고라고 하지 않는다.
이번 응모 작품들은 상당수가 단군성전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결함을 지적할수 있다.
ⓛ반대론자들과의 쟁점에서 빗나갔다는점. 반대론자들의 주장인 즉 단군 숭배 자체를 막겠다는 것은 아니고, 대종교라는 특정 종교단체의 본당인 사직공원안의 단군전 확장 공사를 공공 기관인 서울시의 국고금으로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것이다.
②반대론을 격파하려면 반대론자의 논거나 논리를 알아야 하는데 이점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점. 반대론의 주된 세력은 기독교들인데, 이들이 무엇을 우상 숭배로 규정하고 있으며 왜 그것을 반대하는지 알아보지 않고 단군 숭배(제례 의식때의 단군상에 대한 배례 행위)는 우상 숭배가 아니라고만 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③단군은 모든국민에 의해 신으로 모셔져야하며 민족적 주체의식을 가진자는 당연히 단군을 숭배해야 한다는생각. 이런선입견에서 출발한다면 천주교인인 안중근의사의 의거, 기독교인인 안창호의 일제 치하에서의 활약상이나 유관순·윤동주등의 순국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게 된다.
이번에 뽑힌 이건희군, 김희정양의 글에서도 이와같은 결함이 더러 눈에띈다.
이군의 글에서 ㈎는 「있게」로, ㈏는 「신화가 있다」로, ㈐는 「위축된」으로, ㈑는 「데 대하여」로 고치고, ㈒에서 새로운 단락으로 시작하면 글의 흐름이 더 매끄러워질 것이다. 김양의 글(이군의 글도 마찬가지)은 한글로만 되어 있는데, 「홍익인간」등과 같은 단어나 지명·인명등은 한자로 표기하는게 읽는 이의 이해를 도울수 있을것이다.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글투가 흥분되어 가고 있는 느낌을 주는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특히 ㈎의 「얼빠진」, ㈒의 「썩어빠진」과 같은 말은 피해야 한다.
그밖에도 고딕부분의 표현은 다소 지나치거나 적절한표현이 아니므로 다른것으로 바꾸도록 해야겠다.
「논술」은 문자 그대로 감정보다 논리적 사고가 앞서야 한다는 것을 수험생들은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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