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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정치부기자|"이런곳이 바로 유엔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엔창설 4O주년기념 선언문의 채택이 막바지 진통을 거듭한 끝에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근 6개월동안 선언문 기초위에 참석했던 각국 위원들은 허탈감에 빠져있었다.
역사적인 40주년 기념일을 선언문발표로 유엔의 의욕적인 포부를 과시하려했던「케야르」 총장등 사무국원들의 실망은 상당한 것이었다.
선언문초안에 유엔가입에 관한 보편성원칙이 포함되어 있어 현 싯점에서 대유엔외교의 최대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던 우리 대표부측도 서운해했다.
선언문채택이 실패로 돌아가자 유엔본부에 출입하는 각국의 고참기자들은 대뜸『과욕이 빚은 허망한 결과』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무리한 도전이었다』『기념분위기를 과대평가, 국제정치의 현실을 무시한 것같다』『너무나 많은 문제들을 진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좀더 간단하고 단순한 선언문을 만들려고 했으면 그런대로 작품이 나왔을 텐데』
이런 평가들은「이곳이 바로 유엔이다」라는 것을 시사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유엔의 한계와 현주소를 알려주는 하나의 역사적 인용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채택의 실패는 팔레스타인문제와 신국제경제질서, 군축문제등 국제정치의 가장 예민한 부분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자간의 기구에서는 이런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확인시켜준 셈이었다.
그러나 선언문채택 실패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념행사는 유엔에 대한 관심과 유엔의 존재를 다시한번 부각시킨 회의였던 것은 틀림없다.
특별행사 기간 중 국가원수수상 외상 특사등 85개국의 대표가 참석, 금세기 최대최고의 정치무대를 연출시킨 저력과 기대는 확실히 높이 살만하다는 것이 공통된 평이었다.
서로 다른 이념, 정치체체, 그리고 적대국들까지도 한자리에 모일수 있게 하는 공동의 광장이라는 측면을 이번 기념행사는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앙숙이라 할「레이건」미대통령과 니카라과의「오르테가」대통령, 「페레스」이스라엘수상과 아랍진영대표들이 함께 참석, 자국의 국제정치관과 정책을 함께 표명한 것은 유엔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만남의 효과를 따지는데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유엔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이 가능하다는 논리는 총회 기념행사를 계기로 설득력을 상당히 높였다는 느낌이다.
40주년 기념행사의 손익계산서가 무엇이냐고 한마디로 말한다면 회원국들이 유엔을 대체할 기구를 찾을 수 없음을 확신했다는 점이다.
만족스럽지는 못했으나 이점이 현재 얻을 수 있는 이번 기념행사를 결산하는 소득의 극대치라는 생각이었다. <유엔본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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