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절차는…2년 안에 유럽이사회와 협상 못마치면 강제탈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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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따라 EU는 2009년 체결된 리스본조약 50조를 처음 발동하게 됐다. 이 조항에 따르면 EU 탈퇴를 원하는 국가는 의사를 밝힌 뒤 2년 내에 회원국들과 협상을 마쳐야 한다.

영국이 유럽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전달하면 EU집행위원회와 각료이사회가 탈퇴 협상을 시작한다. 2년 내 협상안을 마련해 유럽 의회의 승인을 얻고, 회원국들이 각료이사회에서 가중다수결로 통과시킨 뒤 발효된다. 유럽이사회의 의사결정방식인 가중다수결은 회원국의 인구나 영향력을 감안해 각각 다르게 할당된 투표수를 합산해 가결 여부를 결정한다. 유럽이사회는 ‘역내 인구의 65% 이상 찬성(인구 기준), 전체 28개국 중 16개국 이상이 찬성(국가 기준)’을 가결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약상의 탈퇴 절차다. EU 내에서 GDP 2위, 인구 3위인 영국이 EU와의 복잡한 관계를 2년 만에 청산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분담금과 유럽의회 의원 수 조정 등 남은 회원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 또 현재 탈퇴 후 지위를 놓고도 극심한 갈등이 예상된다. 영국은 EU를 떠나더라도 유럽경제지역(EEA, 유럽 내 자유무역지대) 등 회원국에 준하는 권한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22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이 “나가면 끝”이라고 선을 긋는 등 영국은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널드 투르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은 EU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고통스러운 협상을 하느라 최소 7년은 연옥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브렉시트는 세기의 도박”이라며 “협상에 7년은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르면 2년 내 협상에 실패하면 영국은 자동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잃는다. 동시에 EU 국가들과 맺고 있는 모든 협약의 효력도 중지된다. 따라서 칼자루는 EU가 쥘 수밖에 없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앨런 렌윅 교수는 “리스본 조약 50조 자체가 탈퇴를 어렵게 만들어 감히 생각도 못하게 하려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EU 역사상 국민투표를 통해 탈퇴한 국가는 그린란드가 유일하다. 덴마크의 속국인 그린란드는 73년 덴마크 정부의 결정에 따라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했다. 79년 자치권을 얻은 뒤 82년 국민투표를 거쳐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엔 관련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그린란드는 3년에 걸쳐 협상을 벌인 끝에 85년 EC에서 나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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