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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노벨상 수상자 예상투표서 82년부터 계속 1위에|올해 경제학상탄 모딜리아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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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코· 모딜리아니」교수가 금년도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마침 내한중인 MIT의 거시경제·국제수지학자 「루디거·돈부시」교수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막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나는 그가 요트 타기를 좋아하고 아름다운 부인과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줄은 모르지만 그가 「프리드먼」 교수의 통화주의에 끊임없이 반론을 제기하고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반대논거 및 실증자료를 제시하느라고 침을 튀기는 정열적인 이탈리아인임을 분명히 알고있다.
그는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칠 줄 모르는 학구열을 간직하고 있어 간혹 외부의 저명경제학자가 MIT를 방문하여 세미나를 하는 기회가 있으면 어김없이 맨 앞줄 가운데에 앉아 그가 항상 입고 다니는 자주색 골덴상의를 의자등거리에 걸치고 공부하는 학생처럼 듣고 있다가는 불쑥 속사포로 질문을 하는 그런 스타일이다. 뒤에 앉은 사람들은 알아 들을 수 없으리만큼 빠르게, 어떤 때는 약간 지겹게 질문을 하는데 자명한 점은 그는 너무나 많이 알고 싶어하고 자기가 다르게 생각하는 바를 시시콜콜 들려주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가 참석하고 작년까지는 주재하기까지 했던 박사과정학생들의 화폐금융 워크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학생들이 현대의 합리적 기대가설에 치우친 논문을 발표하는 시간에는 역시 장시간 반론을 펴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어떤 때는 그의 주장을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섭섭한 표정을 짓는다. 그가 주장하는 「생애주기」 (life-cycle)처럼 경제이론에도 「주기」가 있음을 체득하여서일까?
대학원학생회에서는 매년10월초 전세계경제학자중 누가 그 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될 것인가를 맞히기 위한 투표를 한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82년부터「모딜리아니」 교수가 계속 1위를 차지했다.
그의 학문적 업적을 이루다 열거할 수는 없다. 수상이유에서 밝혀졌듯이 그가 58년도에 발표한 「모딜리아니-밀러」 정리와 63년도에 「안도」교수와 갈이 정립한「생애주기가설」 에 입각한 소비-저축이론은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된다. 그는 소비와 투자의 이론을 단편적으로 연구하지 않고 화폐 및 유동성, 그리고 이자율 및 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처음부터 광범위하게 논의를 전개했다는 점이 그의 독창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사람의 일평생에 걸진 저축과 소비, 부의 축적과 배분 등에 중점을 두어 소비함수를 정식화함으로써 당시 이미 주장되고 있던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에 입각한 소비행태설명에 대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게 되었다.
요즈음은 그의 「생애주기가설」이 여러 방면으로 확대, 연구되어 특히 인구의 연령별·소득별 구성변화를 고려한 중복세대모형과 세대간 유산이전 등의 문제를 다루는 모형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모딜리아니」 교수가 지금은 경영학의 한 분야가 되어버린 재무이론에도 독창적 업적을 남긴 것은 그가 저축과 투자, 금융시장을 연결하여 투자행태의 올바른 설명을 하려고 의도하였기 때문이다.
회사의 시장가격은 자금조달방식과는 무관하며 총수익에만 의존한다는 모딜리아니-밀러 정리는 이 정리에 필요한 기본가정의 경직성 때문에 오늘날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이 연구가 재무이론의 발전에 끼친 공적으로 상을 수여하게 되었다고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밝히고 있다.
그는 거시경제현상을 실물과 금융부문의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며 총체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하여 67년 이후 마침내 거시계량모형을 구축하여 현실경제에 응용하기에 이르렀는데 그가 주도한 FRB-MIT-PENN모형, MIPS모형 등이 그것이다.
이들 모형을 통하여 그는 이 당시 만들어지고 있던 통화주의자들의 제모형을 비판하고 화폐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변하였다.
그는 「프리드먼」의 통화주의에 반대하여「토빈」교수와 같이 비통화주의를 제창한 학자이며 특히 케인즈적 학풍을 그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을 통하여 계승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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