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 올림픽 불참, 주요선수에 도미노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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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 [중앙포토]

로리 매킬로이가 22일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리우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주요 골프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올 초 아담 스콧이 올림픽에 가지 않겠다고 한 후 루이 우스트이젠, 찰 슈워젤, 마크 레시먼 등의 보이콧이 뒤를 이었다. 골프 엘리트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올림픽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에 상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골프 선수는 4대 메이저 대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배우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테니스도 64년 만에 복귀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랭킹 10위 이내 중 참가 선수는 2명에 불과했다. 리우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와 치안 불안 등으로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그러나 올림픽에 빠지려면 여론 등의 눈치도 봐야 한다. 일단 한 선수가 물꼬를 터주면 따라 가기가 쉽다. 아담 스콧은 불참 선언을 한 후 호주 스포츠계와 골프계에서 비난을 받았지만 그의 뒤를 이은 우스트이젠 등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골프 빅3 중 한 명인 매킬로이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불참 파급효과는 스콧 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도미노 조각을 무너뜨릴 파워가 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 2위 조던 스피스 등이 지카 바이러스와 브라질 치안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상태다.

매킬로이가 길을 뚫어놨기 때문에 이들은 큰 부담 없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제이슨 데이는 “올림픽 참가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여러 가지 사항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올림픽에 가겠다고 했지만 최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분명히 가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마스터스 우승자인 대니 윌렛, 인기 스타 중 한 명인 리키 파울러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를 공개석상에서 말했다.

여자 골프계도 비슷한 분위기다. LPGA 투어 관계자들에 따르면 출산 등으로 지카 바이러스에 남성 보다 민감한 여성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의 위험이 얼마나 클지 고민하고 있다. 아직 불참 선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누군가 앞장선다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는 부상 때문에 7월 열리는 인터내셔널 크라운 불참을 선언했다. 박인비는 “올림픽에는 나가고 싶지만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라면 올림픽 출전권을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겠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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