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진용으로 새 정세 대처|해외공관장 3명이동의 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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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미·일·유엔 등 소위 「빅드리」(3대핵심)공관장이 전원 동시 교체된 이번 인사는 5공화국 들어 최대 외교진용 개편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정년(최경록전주일)·장기근무(유병현전주미)·영전(김경원전유엔) 등이 이번 인사의 표면적 이유지만 한꺼번에 핵심공관장들을 교체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는 남북한 민간교류시대의 개막, 한반도를 둘러싼 활발한 국제적 움직임, 보호무역주의의 파고 등 유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국제정세에 새로운 진용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개편은 또 5공화국 들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된 대미·대일 외교협력체제를 집권 후반기에도 더욱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우리 외교일선의 양날개인 미국과 일본의 공관장에 공교롭게도 청와대비서실장출신이 임명된 것은 외교의 「친정체제」강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특히 대미·대일관계가 정상간의 상호방문을 통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구축된 만큼 이들 측근출신들이 대통령의 외교구상을 적절히 소화, 충실히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청와대비서실장(최규하전대통령시절) 출신인 최광수대사의 주유엔대표부 기용은 남북대화의 진전과 함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대유엔외교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구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신임대사들은 전임자들이 확보한 외교협력의 거점을 더욱 확충,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는 국제정세변화에 신축성있게 대처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소·중공 등과의 관계개선, 남북대화, 88년 평화적 정권교체 등 국내외적인 과제를 풀어 나가는데 있어 시기적으로 우방과의 밀접한 관계유지가 더욱 중요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그-23기의 반입 등 소·북한의 밀착, 소련의 극동군사력증강, 중공의 실용주의 노선강화 등 여러가지 변수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외교협력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국내정치상황도 미국의 중간선거 및 88년 캠페인 시작, 「나까소네」수상 임기만료 등 86년을 고비로 새롭게 전개될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숙제가 될 것 같다.
대미관계에 있어 전임 유병현대사가 소위 성숙한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정지작업을 했다면 김경원신임대사는 이의 실질화를 위한 임무가 주어져 있다.
이미 한미현안으로 날카롭게 등장한 무역마찰의 해소가 「발등의 불」이다. 「젱킨즈」법안의 하원통과, 행정부의 개방압력 등 악화되고 있는 대미무역환경에 다각적인 대응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대일관계에 있어 전임자가 한일신시대개막의 실무역할을 맡았다면 후임 이규호대사의 역할은 현안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주안점이 놓여질 것이다.
특히 기술교류 등 경제문제, 일본과 북한과의 접촉확대 등이 난제로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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