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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활주로 신설, 착륙 때 돗대산 충돌 피하려 40도 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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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 신공항은 2026년을 개항 목표로 한다. 활주로는 현재 두 개(공군 이용 활주로 포함)에서 셋으로 늘어난다. 기존 두 개의 활주로는 200m 간격으로 떨어져 남북 방향으로 나란히 돼 있는 바람에 이곳에선 비행기의 동시 이착륙이 불가능했다.

김해공항 확장 어떻게 하나
활주로 3개 V자형, 2026년 개항
국제선 터미널도 새로 만들어
연간 4000만 명 승객 처리 목표

사실상 활주로 한 개와 다를 바 없었다. 김해 신공항의 핵심은 기존 활주로 서쪽에 약 40도로 기울어진 3200m 길이의 활주로를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활주로들이 V자를 그리는 형태다.

V자 활주로의 장점은 국제선 항공 수요를 흡수한다는 데 있다. 연간 국제선과 국내선 승객 4000만 명을 감당한다. 또한 V자 활주로는 기존 김해공항이 떠안고 있던 치명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해공항이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요인 중엔 활주로 북쪽에 솟아 있는 높이 360m의 돗대산 요인이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훈택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김해공항에선 연중 90% 북풍이 불고 예외적으로 남풍이 부는데 비행기는 이착륙 때 바람을 떠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남풍이 불 때 비행기는 북쪽에서 활주로에 진입해 착륙해야 하는데 이때 돗대산을 우회해 착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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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02년 중국국제항공 민항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돗대산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객 128명이 숨진 사고도 있었다. 3200m 신설 활주로는 남풍이 불 때도 돗대산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과거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를 만드는 방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도 검토된 바 있었다. 당시 방안은 기존 활주로보다 서쪽에 50도 각도로 기울어진 활주로를 만드는 것이었으나 내부 논의에 그쳤다.

국토부는 김해 신공항 공사에 모두 4조3929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선 공항 확장 건설비로 3조7618억원이 투입된다. 국제선 터미널을 신축하고 현재 국제선·국내선 겸용으로 쓰이는 기존 터미널은 국내선 전용으로 돌리게 된다.

접근성 개선을 위해 도로·철도 구축에도 6310억원이 들어간다. 2020년 개통 예정인 부전역(부산)∼마산역 복선 전철에 김해공항 국제선 터미널까지 이어지는 4㎞ 길이의 철도가 신설된다. 이렇게 되면 동대구에서 김해공항까지가 환승 없이 직결돼 이 구간의 소요 시간이 현재의 100분에서 75분으로 줄어든다. 고속도로에선 대구∼부산 고속도로(대구·경북)와 남해 제2고속 지선(부산·경남)에서 국제선 터미널로 직결되는 7㎞ 도로가 새로 닦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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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신공항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신설 활주로 길이가 짧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200m 활주로로는 대형 항공기가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활주로 길이가 짧으면 300석 이상의 항공기가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A380 같은 대형항공기도 이착륙하는 데 필요한 활주로 길이는 3050m만 있어도 된다”고 반박했다.

김해 신공항은 기존의 소음 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해공항 인근 외동 지역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착륙하는 비행기 동체는 물론이고 바퀴까지 다 볼 정도다. 이에 따라 소음 대책을 세워 달라는 민원 제기는 계속돼왔다.

이에 따라 김해 신공항은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엔 이착륙을 최대한 억제해 ‘24시간 이착륙제’는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서훈택 실장은 “승객 수요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24시간 운영을 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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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이날 ADPi의 용역 결과 발표 직후 김해 신공항 방안과 관련해 “항공안전·경제성·접근성·환경 등 공항 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한 합리적 결론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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