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예행 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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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춘천·원주·강릉에서 개막된 전국체전은 「민족화합의 통일제전」 「올림픽지회의 기록제전」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이번 전국체전에는 전국 13개 시·도 외에도 일본과 괌도·사이판도·홍콩·캐나다·브라질·서독·미국 등 해외동포선수단들을 포함해서 사상 최대규모인 1만9천6백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했다.
특히 지역간의 균형된 체육발전을 꾀하기 위해 서울에서만 개최하던 체전을 지방순회개최로 방침을 바꾼 이래 17차례나 지방개최가 있었으나 강원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더욱 의의가 있다.
강원도는 도내 재정사정을 고려하여 대회의 규모를 줄이고 소박하고 알뜰한 행사를 치른다는 취지로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3천7백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대회진행과 운용에 나섰으며 심지어는 군부대까지 경기장과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음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대회를 절약형으로 준비하면서도 도민의 독특하고 다채로운 향토문화를 집약하여 마당놀이축제 등 여러가지 문화행사를 계획, 대회사상 가장 화려한 문화제전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전국체전은 1년여를 앞둔 86아시안게임에 대한 우리의 역량을 총점검해보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 큰 뜻이 있다고 하겠다.
우선 힘과 기량면에서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해 보아야 한다. 물론 각 종목별·분야별로 개인기와 단체적 역량이 점검되고 훈련되고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기회에 전국적인 실태를 총체적으로 노출시키고 분석하여 새로운 신진들을 발굴하고 과감히 선발하여 출전진을 대폭 강화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번 체전에서 새로이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보다 더 향상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과 가능성의 마지막 점검의 대상이 돼야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임원 및 스포츠 전문가들은 출전 선수들의 성적과 기록에 대해 예리한 분석과 판단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그런 뜻에서 이번 대회가 선수들의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되도록 진행과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이번 전국체전을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의 예행연습이라는 관점에서 운영하기를 바란다. 경기종목이나 대회규모에서 국내체전이 국제행사와 비교될 바는 아니겠지만 그 기본적인 방법이나 행사의 내용은 사전에 축소형으로 연습이 가능하며, 그러한 사전훈련은 원만한 행사준비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번 강원도에서의 체전의 특색이 예산을 절감하여 소박하면서도 알찬 내용을 지향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앞으로 치러야할 두가지 국제스포츠행사의 개최방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외채를 짊어진 나라의 형편과 TV중계료 협상 결과에서 빚어진 행사비용 염출전망의 불투명이라는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소박하면서도 알찬 「한국적」 행사를 치를 것인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절박한 명제이다.
강원도에서의 체전에서도 성금할당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일부 말썽도 없지 않았으나 규모자체가 예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한 일이다. 이러한 행사준비 방향을 곧 앞으로 있을 국제제전에 어떻게 원용할 것인가에도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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