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의 외채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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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기금 서울총회는 예상했던대로 선진국과 개도국, 채권국과 채무국간의 이해대립과 견해차이를 드러낸채 막바지에 접어들고있다.
지금까지의 그룹별 회의나 각국 대표의 기조연설에서 나타난 주요쟁점은 외채문제와 보호주의로 집약되고 있다.
특히 연일 열띤 논의가 집중되고있는 외채문제는 위기적 상황인식에는 모두가 공통되면서도 접근의 시각이나 해결의 방향에는 그룹마다 현격한 이견이 노출되고있어 국제적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세은(IBRD)과 기금(IMF)의 총재들은 개막연설에서 채무국들의 외채부담, 보호무역의 확산과 환율의 불안정등 3대장애요인으로 세계경제가 위기의 상황에 직면해있음을 지적하고 선후진국과 채무·채권국, 국제기구와 금융기관들의 공동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총론적 주장에 비해 미국과 브라질재무장관의 기조연설은 퍽 대조적이다.「베이커」미국대표는 외채문제가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이나 이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국의 지속적 성장계획과 노력이 전제돼야하며 채무국들에 대한 일괄지원 방식에는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반면 남미 채무국 그룹을 대표하는 브라질 재무장관은 세계경제 환경이 개도국들에 불리하게 진전되고있음을 강조하고 현재의 외채상황은「채권국과 채무국이 함께 나눠야할 짐」 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룰 국제적인 기구를 설립할 것을 제창했다.
이 두 대표의 기조연설은 양자의 입장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조 달러에 육박하고있는 현재의 외채규모는 분명히 세계경제의 운명과 직결된 기본 관심사임에 분명하다. 비록 그것이 차입국의 관리부실이든, 세계경제악화와 통화불안이든, 간에 이제는 더 이상 채무국만의 능력으로 해결가능한 범주를 벗어난 것만은 분명 하다. 그리고 개도국 외채는 선진국의 성장이 정체될수록, 세계무역의 불균형이 심화될수록, 그리고 그 결과로 보호주의 물결이 높아질수록 더욱더 해결불가능한 상황에 빠져들 것이다.
외채 개도국들이 선진국의 보호주의철폐와 적절한 재정금융정책, 국금리의 인하와 긴축의 완화를 촉구할 수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자유무역의 신장과 개도국의 수출증대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개도국들은 성장정체와 국제수지악화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특히 달러강세와 고금리가 외채상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국제통화의안정도 불가피한 요청이다.
선진채권국들의 케이스별 해결방식은 문제의 근본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전으로는 보호의 철폐와 무역신장으로 안정적 외채상환능력을 높여야하고 중·단기적으로는 전면적이 외채재조정과 조건완화, 추가융자재원의 대폭확대를 위한 국제적 제도의 마련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이점에서 볼때 IMF와 세은을 중심으로한 국제기구의 역할과 능력이 재구성되고 기금재원의 확충을 위한 국제적 합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번 총회는 이런 문제들을 합의하는데 하나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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