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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이군…자리가 바뀌었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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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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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동갑내기 친구인 추신수와 오승환이 16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세인트루이스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오승환은 텍사스의 리더가 된 추신수에게 이날 8회에 안타를 맞았다. 추신수가 오승환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MLB TV 캡처·중앙포토]

1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 8회 초 ‘추추트레인’ 추신수(텍사스)가 타석에 들어서자 ‘돌부처’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얼굴에는 미소가 스쳤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오승환도 미묘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프로 무대에서 처음으로 맞선 1982년생 34세 동갑내기 친구의 대결은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릴 만한 승부처에서 이뤄졌다.

2000년 대통령배 고교대회
부산고 까까머리 에이스 추신수
타자 오승환 버틴 경기고 꺾고 우승
2016년 세인트루이스 대결
이번엔 타자?투수 역할 바꿔 격돌
추, 안타 뽑아내 팀 역전승 발판

3-0으로 앞선 8회 등판한 오승환은 로빈슨 치리노스와 미치 모어랜드를 잇따라 삼진 처리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완벽하게 잡아낸 오승환은 추신수에게 느린 커브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바깥쪽 빠른 공(시속 150㎞)으로 2스트라이크를 만든 오승환은 3구째도 바깥쪽 직구(시속 151㎞)를 선택했다. 약간 높게 날아온 공을 추신수가 가볍게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친구에게 일격을 맞은 오승환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이안 데스몬드에게 우월 2루타를 맞아 2·3루에 몰렸고, 노마 마자라의 타석 때 폭투로 점수를 내줬다. 폭투의 순간 추신수가 홈을 밟아 스코어는 1-3이 됐다. 이어 마자라의 땅볼을 1루수 맷 애덤스가 빠뜨리는 바람에 오승환은 두 번째 점수를 내줬다. 애드리안 벨트레에게 안타를 맞은 뒤 프린스 필더를 플라이로 잡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오승환의 표정은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시즌 12호 홀드를 기록했지만 1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고 2실점한 오승환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평균자책점은 1.56에서 1.77로 올랐다.

세인트루이스는 9회 초 등판한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2실점하는 바람에 3-4로 역전패를 당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인 세인트루이스는 충격의 4연패에 빠졌다. 반면 추신수는 8회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안타를 때려낸 데 이어 9회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는 등 4타수 2안타·1타점(타율 0.235)을 기록했다. 텍사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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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이던 2000년 대통령배에서 만난 경기고 외야수 오승환과 부산고 투수 추신수. [중앙포토]

추신수와 오승환은 16년 전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도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두 선수는 2000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 주최) 결승전에서 만났다. 당시엔 추신수가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타자 오승환을 상대했다.

당시 초(超)고교급 투수였던 부산고 3학년 추신수는 경기고 3학년 오승환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10-3 승리를 이끌었다. 부산고가 2년 연속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추신수는 1999년에 이어 2년 연속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하기도 전에 MLB 시애틀 매리너스로 스카우트됐다. 구단의 권유로 투수를 그만두고 방망이를 잡은 그는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겨냈고 2008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빠른 배트 스피드를 앞세워 MLB 정상급 외야수가 된 그는 2013년 말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약 1526억원)에 텍사스와 계약했다.

경기고 졸업 후 단국대에 진학했던 오승환은 지금의 추신수처럼 1번타자·외야수로 활약했다. 그는 대학 시절엔 외야수와 투수를 번갈아 가며 맡았다. 오승환은 이어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뒤 특유의 ‘돌직구’를 던지며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9년을 뛰며 프로야구 최다 세이브(277개)를 기록한 오승환은 2014년 일본(한신 타이거스)에 진출해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왕(2년 80개)을 차지했다.

오승환은 34세 늦은 나이에 MLB에 진출했다. 미국에선 신인왕 자격이 있는 선수이지만 한·일 통산 357세이브를 올린 베테랑답게 빅리그 타자들을 노련하게 잡아내고 있다. 미국 언론은 평균자책점이 4.91까지 오른 로젠탈 대신 오승환이 마무리를 맡는 게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팀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중요한 시점에서 오승환은 추신수에게 안타를 맞은 뒤 득점까지 허용했다. 16년 만의 재대결에서 추신수가 또 이긴 셈이다.

박병호, 시즌 12호 홈런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30)는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 6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회 상대 선발 마이클 피네다로부터 투런홈런을 날렸다. 이는 박병호가 MLB에서 때린 홈런 12개 중 가장 빠른 공(시속 154㎞)을 받아친 타구였다. 그러나 미네소타는 6-7로 졌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29)는 시카고 컵스전에서 3타수 1안타·1볼넷을 기록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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