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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을 고쳐야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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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부 사학경영군의 비리로 인해 잡음도 적지 않았으나 사학이 우리나라 교육에 끼친 공노는 누구도 부인 못한다. 대학의 경우 75% 중 고교의 절반 가량을 사학이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이같은 사학의 비중에 비추어 사학에 대한 투자유인을 확충해주고 자율의 폭을 넓혀 주어야 한다는 소리는 높았지만 이렇다할 진척은 커녕 위축 일로에 있었다는 것이 우리나라 사학의 숨김없는 실정이었다.
정부 여당이 사립학교법개정안을 마련, 사학운영에 숨통을 터주기로 한것은 이런 배경을 살필때 잘한 일이다. 개정안은 대충 설립자와 그배우자및 직계존비속은 대학교육기관장에 임명할수 없다는 현행법을 고쳐 이들도 총학장에 취임할수 있도록 해주고 현재 대부분 사학이 직면하고있는 심각한 재정난을 덜어주기 위해 관계세법을 고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있다.
대학의 인사권 재정권을 총장에게 위임하고 재단설립자에게는 총학장임명권만을 준 현행법은 사학의 독선적 운영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이른바 개혁입법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학교를 사물시해서 족벌화 기업화한 몇몇 사학의 비리가 마침내 전체사학에 올가미를 씌운결과를 빚고 만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사학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사학운영을 왜곡시킨 원인이 된것은 부인못할 사실이다. 무엇보다 설립자의 권한은 대폭 제한하면서 책임만 지운 결과 사학은 눈에 띄게 의욕과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학교운영의 실권을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사학의 건전한 발전이나 정상화를 위해 원칙으로는 당연하다. 그러나 운영권과 함께 교학권마저 돌려줄 경우 과거와 같은 족벌운영이 일부에서나마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는 된다.
막대한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를 설립한 사람이나 그 자손에게 상응할만한 혜택이나 권한을 주는 것은 마땅하다 하겠으나 거기에는 엄격한 한계가 있다. 바로 학교의 공공성을 띤 교육기관이지 사유물이나 기업과는 다르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학법은 정상화하되 되살아날지도 모를 일부 사학의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당국의 감독장치는 당분간 유지하는게 바람직할 것같다.
사학재정의 충실화문제는 학교운영의 실권을 누구에게 귀속시키느냐보다 한층 절실한 관심사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같은 돈을 기부해도 공립학교에 내면 손비로 인정되지만 사학에 내면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현행세법이 얼마나 사학에의 의욕을 꺾는 쪽으로 짜여져 있는지를 알수 있다.
특히 중 고교의 경우 평준화에 묶여 재단쪽에 실제 권한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오히려 돈을 더 내는 부담에다 행정관청의 간섭만 받는다면 누가 사학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사학 설립자의 고충은 차치하고라도 평준화란 이름 밑에 자신의 의사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배정된 학교에서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교육을 감수해야하는 사학 재학생의 억울함은 어찌할 것인지도 생각해야한다.
학교의 비리나 전횡이 못마땅하면 다른 방법으로 견제하고 예방해야지 건실하고 정상적인 운영을 막는 것은 온당한 방법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사학이 맡고있는 역할과 비중을 있는 대로 평가하고 그 바탕위에서 사학을 한층 북돋우어준다는 시각에서 사학법 개정안은 다루어져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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