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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뇌사사건 보육교사에 징역1년…법원의 판결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신이 돌봐야 할 어린 아이를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보육교사 김모(37)씨에 징역 1년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 김수정)는 17일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아이가 사망에 이른 점이 인정된다”며 김씨의 아동학대 혐의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검찰 구형(징역 5년)에 비해 선고형을 크게 낮췄다.

김씨는 2014년 11월 12일 자신이 근무하던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A 군을 엎드려 눕히고 두꺼운 이불로 몸을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잠을 재우고 방치해 호흡정지 상태에 이르게 해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과정에서 김씨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고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 않는 등 구호조치도 취하치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A군은 장기를 기증하고 지난해 12월17일 숨을 거뒀다

애초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2월 김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을 적용해 약식 기소했고 법원은 이에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에 대해 언론의 문제제기가 시작되자 검찰은 지난 2월 부랴부랴 김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검찰이 이미 확보된 CCTV에 김씨가 이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를 이불로 감싸고 자신의 엉덩이로 이불 끝을 깔고 앉거나 다리나 상체 등을 올려 꼼짝 못하게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재판과정에선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재판부의 발목을 잡았다.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란 피고인만이 상소할 경우 상급심은 하급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도록 정한 형사소송법 상의 원칙이다. 약식명령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이의신청을 해 개시되는 정식재판 1심에도 이 원칙이 적용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재판부는 “고지받은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하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된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부분에 대해 벌금 5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추가 기소된 아동학대죄에 대해서만 징역 1년형이 선고된 셈이다.

재판과정에서 김씨는 “보육교사로서 업무상 기울여야 할 주의를 다했다"고 맞섰다. 또 “설령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사망과 나의 행동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했다. 아동 학대에 대해서도 “가벼운 신체적 접촉을 했을 뿐 학대행위를 한 적은 없다”며 두 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김씨는 업무상 아동을 보호하는 지위에 있는 보육교사임에도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 신체적 학대 혐의는 유죄, 정서적 학대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신체적 학대로 인한 죄가 성립하는 경우 정서적 학대는 당연히 수반되므로 따로 정서적 학대의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김씨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 성실하게 임한 점과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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