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뉴노멀…저금리 계속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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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6월 기준금리 동결(0.25~0.5%)은 뉴스가 아니다. 시장은 예상하고 있었다. FOMC 회의 직전 선물시장에서 산출한 6월 금리 인상 확률은 1.9%였다. 신규일자리 3만8000개(5월)라는 충격적 데이터를 받아들고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

뉴스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전망치가 뚝 떨어진 것이다. 2017년 말 기준금리는 1.6%로 예상됐다. 3월엔 1.9%였다. 더구나 2018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3월의 3.0%에서 2.4%로 내려앉았다. 금리 인상권을 쥔 사람들이 이렇게 예상한다는 것은 금리를 더 천천히 올리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석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고용 쇼크가 있긴 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해도 Fed 간부들은 입을 맞춘 듯이 미국 경기가 탄탄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그는 "저금리가 '뉴 노멀(New Normal)'의 일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 노멀'이 무슨 얘기인가. 세상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저금리가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옐런은 "금융위기 영향과 다른 경제적 역풍이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경제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며 생산성 둔화와 고령화를 예로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복병들이 경기 개선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Fed의 장기균형 이자율 전망을 보면 뉴노멀은 더 또렷해진다.
지난해 6월만 해도 3.8%였던 장기균형 이자율 전망치는 이번에 3.0%로 떨어졌다. 지금까지도 옐런은 기회 있을 때마다 ’점진적 금리 인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저금리가 '정상'이라는 뉴노멀 얘기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더 낮은 목표를 향해 더 느리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당장 FOMC 위원 17명 가운데 올해 금리 인상이 0.25%포인트 1번에 그칠 거라고 보는 이가 6명으로 늘었다. 3월에는 이런 견해가 1명 뿐이었다.

옐런은 7월 금리 인상에 대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6월 고용지표가 획기적으로 좋아져야 한다. 고용창출 능력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투표도 변수다. 옐런은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금리 동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미국의 경제전망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위협하는 시즌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대립으로 평가된다. 옐런은 “Fed는 금리 결정 과정에 정치를 개입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Fed는 과거에도 선거와 관계없이 금리를 올리곤 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까.

11월 대선까지 남아있는 FOMC 회의는 7월과 9월, 11월 세 차례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계 바늘은 일단 9월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마이너스 0.1%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에 연간 80조엔을 공급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도 그대로 유지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과 추가 완화 보류 소식이 알려지며 금융 시장은 요동쳤다. 일본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 중 한 때 -0.2%까지 내려간 뒤 -0.185%대에서 거래됐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3.05% 하락했다.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달러당 104엔대에 거래됐다. 이는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하현옥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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