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류의식이 확산되고 있다|중앙일보 창간 20주년…국민생활 의식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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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앙일보사가 창간20주년을 맞아 자매기관인 중앙SVP에 위촉, 실시한 『한국인의 생활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중류의식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그 의식 자체가 다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대해「보통이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57.7%나 되었다.이는 82년 조사에서의 36%, 83년 39.1%, 84년 42.6%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못사는 편이다」는 34.4%로 작년 (34.8) 과 거의 비슷했으며「잘사는 편이다」는 2.4%로 작년의 7.8%에 비해 훨씬 줄었다. 『아주 못사는 편이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82년의 19.7%에서 금년에는 5.4%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중류가정이라면 월평균소득이 어느 정도여야 하느냐는 중류개념에 대해선 30.1%가 월50만원대, 17.2%가 60만원대, 16.7%가 40만원대라고 대답, 40만∼60만원이 64 .0%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67.2%있다.
중류개념과 본인의 생활수준 인식간에는 괴리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중류의식의 다기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일본 서구같은 선진국에서는 지금 자신은 중류라고 생각하는데 호주머니는 언제나 비어 있다고 느끼는 신빈곤 (new poor)그룹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대로 월수20만원에서 60만원까지의 소득층이 자신을 중류라고 생각하는 현상을 보면 한국에서는 선진국과는 대조적으로 신부유그룹 (new rich)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것 같다.
반면에 중류로 자처하는 사람들의 실제 소득수준이 20만원에서 60만원까지 사이에 널리 걸쳐있는 것이 상대적 빈곤감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 따르면 당면 국정문제가운데 4백54억달러의 외채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사람이 87.4% (매우 심각하다=54.7, 심각한 편이다=32.7)나 되어 외채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외채 다음으로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된 국정문제는 남북한간의 긴장 (47.3), 빈부의 격차(38.9), 퇴폐적 소비풍조 만연(37.0),학원정책(5.5), 지역사회의 불균형(24.8)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로서 33.2%가 외채의 청산을 꼽았으며 그다음으로 경제성장 (26.8), 빈부의 격차 해소(26.1), 남북한간의 긴장완화 (21.3) 순으로우선순위가 제시되었다.
남북대화에 대해선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있는 반면 학력이 높을수록 회의적 입장에 서있음이 눈에 뛴다 (실질적 진전이 없을 것이다에 국교졸=54.0, 중졸=72.6, 고졸=77.3 ,대졸=79.4).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이 어느 것이냐는 문항에 대해서는 응답자중 32%가 교육비를 꼽았고, 다음으로 빚의 원리금상환 (17.0), 세금 (13.8), 의료비 (13.2), 주거비 (10.0), 문화 오락비및 용돈 (6.6), 식비 (5.2) 순으로 지적, 여전히 교육비가 가장 무거운 짐이 되고있음을 나타냈다.
현재 우려나라 경제가 안고 있는 큰 고질인 부실기업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정책 (18.3) 이나 자체 경영의 잘못 (11.5) 보다 국내외 경기가 나빠져서 (42.7)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10명에 4명꼴로 가장 많았으며, 이들 부실기업의 정리는 없앨 것은 없애야한다(34.7)는 냉철한 방법보다 어떻게든지 살려내야한다 (35.3) 고 온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근소한 차로 앞섰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인 대학생의 데모에 대해 53.9%가 『대학생은 오직 면학에만 전념해야 하며 어떠 집단행동도 인정될 수 없다』는 항목에 찬성표시를 해 학생의 정치 사회참여에 반대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거기다가 대학생의 집단행동은 교내에서만 인정할 수 있다고 대답한 22.7%까지 합치면 76.6%라는 압도적이 다수가 학생들의 가두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내건 교외건 상관없이 학생시위는 인정될 수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12.2%에 불과해 학원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근로자들의 시위 농성등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그것을 지지한사람 (15.8) 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게 나타났다(집단행동은 삼가야한다=60.9). 학부형과 학생들에게 최대관심사인 고등학교및 대학입시제도에 대해서는 학교별 자유로운 입시경쟁으로의 환원을 바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바람직한 고교입시제도를 묻는 문항에 대해선 3명중 2명꼴(65.9) 로 자유로운 입시경쟁을 희망했고, 현행대로가 좋다는 의견은 22.1%에 불과했다.<상보 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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