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집으로 돌아온 장기하와 얼굴들 “이젠 사랑노래 해도 될 것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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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을 낸 장기하와 얼굴들. 왼쪽부터 이민기(기타)·이종민(건반)·장기하(보컬)·전일준(드럼)·하세가와 요헤이(기타)·정중엽(베이스). [사진 두루두루amc]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며 ‘별일 없이 산다(1집)’고 내지르던 이들이 마침내 사랑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4집 앨범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로 돌아온 장기하와 얼굴들(장얼). 우리네 비루한 일상이 짝 달라붙어 있던 장얼이 부르는 사랑노래는 어떨까. 음원 공개를 하루 앞둔 15일 서울 한남동 스트라디움에서 청음회가 열렸다.

지난해 장기하와 아이유의 열애가 공개된 후라 사랑을 둘러싼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장기하는 “1~3집을 만들 때는 대놓고 사랑 노래를 하는 게 좀 오그라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4집쯤 되니 이제는 장얼스타일로 사랑 노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사랑도 일반적이고 평범한 삶의 소재인 터. 그는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연애장면을 가사로 쓰려고 했다”며 “가사는 모두 소설(픽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리하여 열 가지 ‘뭔가 노련하지 않고 어딘가 하자가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지금껏 그래왔듯 장기하가 전곡의 작사·작곡을 했고, 밴드가 함께 편곡했다. 평소 한국말 가사에 집착해 ‘문법 경찰’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장기하답게 가사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타이틀 곡 ‘ㅋ’를 두고 그는 “한국말에서 말 같지도 않은 말 중에서 가장 말같은 말”이라고 설명했다. ㅋ로 시작되는 단어가 모여 노랫말이 탄생했다. 고민해 콕콕 보낸 문자에 ㅋ 한 글자만 돌아왔을 때. “ㅋㅋㅋ도 ㅋㅋ도 아닌 한 글자에 눈물 콸콸콸콸콸콸콸”과 같은 그의 솔직한 어법은 여전하다.

장얼은 4집 작업을 하며 “성경과 마찬가지인 산울림과, 초창기 비틀스를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특히 1집으로,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다. 2집부터 밴드 구성원이 4명에서 6명으로 늘면서 소리는 채워졌으나 상대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묻혔다는 생각에서다.하세가와 요헤이(기타)는 “잘 보이게, 눈에 띄게 하려면 오히려 여러 가지가 없어야 한다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열 곡 중 딱 한 곡이 ‘정통’ 연가다. “오늘 밤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난 너의 살결을 어루만지네”로 끝나는 노래 ‘살결’. 장기하는 “진심과 바람에 가장 가까운 곡”이라면서 “감미롭게 부른다고 했는데 그런 보컬이 아니라 여러번 녹음하면 속 썩었다”고 전했다. 노랫말로 정리한 장얼 스타일의 사랑은 환상이 아닌 일상에 가깝다. “식어버린 다음엔 찬물에 말아서 너랑 둘이 나누어 먹던(‘쌀밥’)”,“이불이랑 베개랑 매트리스 시트랑에 배겨버린(‘빠지기는 빠지더라’)” 밥과 냄새처럼.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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